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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만다 Nov 24. 2023

코로나라 좋았던 것

남몰래 했던 그것

바람이 살을 애는 듯한 추운 어느 날, 패딩 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히 찔러 넣고 걷고 있었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 코너에 있는 우리 동네 제일 큰 빵집을 지나칠 때쯤이었다. 이어폰에서 이하이의 한숨이라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무대 위에 오른 가수가 된 것 처럼 감정 가득 실어 립싱크를 했다. 눈 사이 미간을 지뿌리기도 하고 음에 맞춰 고개를 좌로 우로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아무도 내가 립싱크를 하는 줄 모른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고 중간중간 목소리도 내어 노래도 불렀다.








'아무도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스크 사이로 새어 나온 흰 김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지겨운 코로나지만, 영영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는 코로나지만, 남몰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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