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몰래 했던 그것
바람이 살을 애는 듯한 추운 어느 날, 패딩 주머니에 두 손을 깊숙히 찔러 넣고 걷고 있었다.
지하철 역으로 가는 길 코너에 있는 우리 동네 제일 큰 빵집을 지나칠 때쯤이었다. 이어폰에서 이하이의 한숨이라는 노래가 흘러 나왔다.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무대 위에 오른 가수가 된 것 처럼 감정 가득 실어 립싱크를 했다. 눈 사이 미간을 지뿌리기도 하고 음에 맞춰 고개를 좌로 우로 왔다갔다 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끼고 있어 아무도 내가 립싱크를 하는 줄 모른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고 중간중간 목소리도 내어 노래도 불렀다.
'아무도 모르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마스크 사이로 새어 나온 흰 김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지겨운 코로나지만, 영영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는 코로나지만, 남몰래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고 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