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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만다 Dec 01. 2023

카페 옆 자리 여자

공감 가는 그 말

퇴사를 하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외출 준비를 마치고 나가기 전 거울 앞에 섰다. 화장도 했고 최근에 산 옷도 입었건만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그런고 하고 얼굴을 꼼꼼히 살펴보니 안 보이던 주름과 잡티가 보인다. 








"아휴, 나도 늙었나 보네." 








항상 젊을 줄만 알았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노화가 발견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다. 마음이 울적해졌다. 








(전) 회사에서 멀지 않은 한 카페에 갔다. 항상 손님들로 가득해 회사 다닐 적에는 엄두를 못 내다가 손님이 적을 것 같은 평일 낮 시간을 노려 방문했다. 내 전략이 무색하게 카페에 손님들은 많았지만 그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을 수 있었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테라스에 앉았다. 건너편에 있는 명동성당을 바라보며 한창 감상에 젖어 있는데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들의 수다가 내 귀에 꽂혔다. 








"나이 드니까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검정 머리에 코가 뭉툭한 한 여자가 말문을 열었다. 








"피부도 그래. 푸석푸석하고 주름도 생기고." 그 앞에 앉은 긴 갈색머리에 쌍꺼풀이 짙은 여자가 검정 머리 여자의 말에 동조하며 말했다. 








"늙는 게 왜 이렇게 서럽니? 젊었을 때가 좋았는데 말이야." 검정 머리 여자가 울적한 듯 말했다. 







'제 말이요. 오늘 아침 거울 보고 놀라 자빠질 뻔했다니까요.' 하마터면 나도 대화에 참여할 뻔했다.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말이 없던 짧은 갈색 머리의 여자가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그래도 남은 인생에서 오늘이 제일 젊어"









그 말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그 짧은 갈색 머리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황급히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래, 맞는 말이다. 내게도 젊고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미 지나가버렸다(또는 지나가는 중). 예전과 다른 피부 상태와 체력을 한탄하기보다는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 중 오늘이 가장 젊다는 걸 떠올린다면 조금이나마 스스로 위안을 받을 수 있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침 밖을 나서기 전 거울을 보며 눈가에 생긴 주름들을 보며 말한다. "그래도 오늘이 제일 젊은 걸. 앞으로 살 날들 중 오늘이 제일 예쁠 거야. 그러니 즐기자고!"라고 말이다. (물론 피부과도 등록했다.)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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