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저 Mar 26. 2022

다르게 쓰이는 결말

글쓰기 모임 하는 법

[글쓰기 모임 하는 법]

15. 참가자들의 첫 글과 달라진 마지막 글, 그들의 달라진 마음들


한 번은 함께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던 분께 이메일이 왔습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는 워드 파일로 썼다고 했다. 첨부파일을 열어보니 한 편의 글이 쓰여 있었다. 글을 쓰며 자기의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얻었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조금 늦었지만 자기 진로를 찾았다고 했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잘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읽는다’는 것과 ‘잘 읽는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인데 제 이야기가 어떻게 읽혔는지도 또한 신기하게 저에게 전달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글이 누군가에게 잘 읽혔다는 것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좋은 독자가 되어 주셔서 저의 이야기가 제 자리를 찾아 나온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이제는 그 이야기들을 잘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글과 마지막 글이 눈에 띄게 달라진 분들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습니다. 

처음에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얘기합니다. '내가 직장을 잃었을 때 헛헛한 마음' '엄마와 크게 다퉜을 때'에 대해서 글을 씁니다. 다른 사람은 처음에 그 글을 잘 공감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런 타인의 피드백을 보면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풀어쓰는 과정을 배우며 글이 달라져 갑니다. 자신의 마음에 정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비슷한 상황의 책들을 찾아 정확한 자리에 인용구를 넣습니다. 그 책을 읽었다, 가 아니라 책의 어느 구절에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는지, 왜 그랬는지에 대해서 글로 풀어냅니다. 처음에는 A4 절반도 못 채우던 글이 나중에는 두 장을 꽉 채웁니다. 그렇게 채워진 글은 피드백을 거쳐 또 절반쯤 덜어집니다. 남은 자리는 다시 고친 담백한 문장들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글쓰기 모임을 하면 이런 과정을 거치는 듯합니다. 


① 처음에는 자신을 의심한다.

② 꾸역꾸역 글을 완성한다. 

③ 자기 글이 좋다고 말해준 구체적인 말들을 기억한다.

④ 매주 글을 완성하는 경험을 반복한다. 


마지막 모임을 할 때면 시원섭섭합니다. 벼락 글쓰기도 이제 좀 익숙해졌는데 말이죠. 


전기밥솥 기능 중에 ‘쾌속’ 이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써온 글은 백미 취사가 아니라 마감에 급하게 급하게 쓴 쾌속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집에 손님이 왔거나, 라면을 끓이는데 밥까지 말아먹고 싶을 때 십오분이면 되는 쾌속 버튼을 누르게 되죠. 글쓰기도 당장 내일이 마감인데 후루룩 써야 할 때도 많습니다. 쾌속으로 한 밥맛은 일반 취사보다 밥맛이 떨어집니다. 아쉽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 먹긴 먹었죠. 우리의 글쓰기도 천천히 공들여 썼더라면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 이제 더 시간을 갖고 정성들여 글을 써 보세요.  


혼자 외롭게 쓰시는 분은 동네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지인끼리, SNS 친구들끼리 글쓰기 모임을 만들어 보세요. 외롭지 않고 힘이 됩니다. 응원도 해 주고, 자극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 하고 있는 이 글쓰기 모임을 최대한 잘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그럼, 이만 글쓰기 과제하러 가겠습니다. 이번 주에도 성실하게 제 몫의 글을 쓰기 위해서요. 쓰는 사람이 작가라고 하지만, 아닙니다. 글을 끝내 완성해 내는 사람이 작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