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마트에서 일한다 (7)
마트 동료들은 대부분 주 6일 일했다. 하루 6시간이나 8시간 근무를 하고, 토일 중 하루나 주중에 쉬었다. 주말근무를 하면 수당이 더 나오고, 급여가 높았다. 그러나 친정엄마를 챙기고, 초4 아이들을 키워야 하는 나에게 주말 근무는 어려웠다. 주말에도 회사에 가는 남편 대신 아이들을 내가 챙겨야 했고, 친정과 시댁도 오가야 했다. 결국, 주말 근무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을 시작했다.
처음 주말을 보내고 출근했을 때, 동료가 나에게 '잘 쉬었냐'라고 물었다. 나는 토요일에 애들과 하루 종일 지지고 볶았고, 일요일은 시댁에서 김장을 하고 왔는데 쉬었냐니,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나 당황스러웠다. 잘 쉬었다고 해야 하나, 못 쉬었다고 해야 하나, 이도 저도 그녀의 질문에 대한 모범 답변이 되지 못했다. '아, 그녀는 출근하지 않은 내가 부럽거나 싫을 수 있겠구나.' 그때 깨달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주말에 일한다는 것을. 주말에 근무를 하지 않는 것은 특혜라는 것을.
마트는 설날과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1년 내내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문을 열었다. 누군가는 정해진 시간에 나와서 문을 열고, 불을 켜고, 물건을 정리하고, 계산을 하고 밤에는 매장을 정리하고 불을 꺼야 했다. 근무하는 요일과 출근할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대형 마트가 쉬는 일요일은 매출이 두배로 뛰었고, 명절 연휴 전 며칠은 연중 가장 바쁜 시즌이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근무 스케줄 변동이 있으면 다른 사람이 불편해지는 상황이었다. 아이가 아파서 내가 못 가게 되면 다른 동료가 내 일까지 해야 했다. 바쁜 시간에 혼자 동료를 남겨 두고, 쉬지도 못하게 하는 민폐를 저지를 수 있었다.
나는 주 5일제였지만 마트가 문을 여는 공휴일도 출근해야 했다. 급하게 주말 근무를 지원할 때는 아이를 근처 카페에 두고 일하기도 했다. 연휴 전날에는 늘어난 물건 정리하랴 계산하랴 점심시간을 넘어 오버타임까지 하면서 일했다. 그렇게 일을 한 다음날 연휴 토요일, 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였다. 어디를 갈까 둘러보니, 휴일에도 나와 일하는 사람들이 보다 선명히 보였다. 연휴에도 영업을 하는 카페와 식당 덕분에 나는 친구들과 차를 마시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내가 쉴 때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 내가 음식을 사고,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음이 고마웠다.
예전 회사에서 주 5일제 근무를 할 때는 주말에 쉬는 것이 당연했다. 주말에 나오면 당당히 휴가를 신청했다. 명절 연휴 전날에는 일찍 퇴근하라는 지시를 기대했다. 회사를 나와 보니 주 5일제 근무가 엄청난 특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휴일에 내가 일을 해 보니, 내가 주말에 백화점에서 물건을 살 수 있고, 피자를 시키고, 지하철과 버스를 탈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주말에도 일을 하는 덕분이라는 것을 알았다.
50-60대 은퇴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자가 되거나 예전보다 작은 회사에 일하게 된다. 자영업자라면 주말 근무가 필수일 것이다. 내 주변의 모든 가게들이 주말에도 영업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당연하다고 누려왔던 것이 다른 사람의 애씀을 통해 가능했다는 것을 마트에서 일하고서 깨달았다.
주말 근무를 안 하던 '혜택'을 누리던 나는 아이들의 코로나와 독감으로 인한 무급휴가를 쓰다가 결국 퇴사를 결정했다. 나 대신 주말 근무가 가능한 직원을 뽑는 것이 매장에도 이로운 상황이었다. 그게 모두에게 윈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