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를 혼란스럽게 하고, 좌절하게 했던
언젠가 '맨디라디오' 채널의 청취자 한 분이 내게 이런 질문을 남겨주셨다. '맨디님이 믿는 한 가지는 뭔가요?' 나도 내가 어떤 믿음을 갖고 살고 있다는 걸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다. 근데 그 질문 덕분에 살면서 만났던 다양한 사건들을 되짚어보다, 내 안에 어떤 믿음이 아주 두텁고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뉴질랜드에서 친했던 언니 한 분이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 누구보다 선하고 열심히 사는 그 언니가 억울한 일을 당하고 힘든 시간을 겪을 때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도대체 이 언니의 하나님은 언니에게 얼마나 좋은 걸 준비해 놓으셨길래 지금 이렇게 혹독한 시련을 안기시나...'
나는 나에게 해코지 한 사람에 대해서 굳이 내가 나서서 복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복수를 해줄거라고 생각한다. 아니면 세상이 복수를 해준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 할지라도 시간이 쌓이면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그 보상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밑빠진 독의 물붓기라 하는 일도 난 미련스레 계속 하는 편이다. 어떻게 보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런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게 내가 믿고 있는 한 가지 때문이다.
나는 '뿌린대로 거두리라'는 말을 믿는다.
이 말을 작게는 나 한 사람의 성장을 생각할 때, 좀 더 크게는 인간관계, 그리고 더 크게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라고 생각한다. 내 개인의 성장의 관점에서 이 믿음을 생각해보고 나의 현재를 진단해보면 다음과 같다. 과거 독하게 나를 몰아붙이면서 영어 공부했던 덕에, 울며 불며 버텨낸 덕에 뉴질랜드 영주권 받고 뉴질랜드에서 회사 다닐 수 있었고, 그 경험 덕분에 데이터 분석이라는 커리어에 관심이 생겨 현재는 한국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에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고 무리하게 일했던 탓에 '좌골신경통'이 생겨 한국에서 병원을 다니기도 했고 현재는 조금 더 나아진 몸 상태로 앞으로를 위해 매일 가볍게 1시간씩 걷고 있다.
오늘 하루는 과거의 내가 했던 행동들의 결과물이고, 오늘 내가 하는 행동들은 언젠가의 하루를 구성하는 열매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게 다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내 노력으로 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무엇을 뿌리느냐에 따라서 내가 얻는 것도 달라질 것이다.'
비록 결실의 순간이 언제인지는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다고 해도, 무언가를 뿌리면 거둘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희망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데 태양이 지구 주변을 돈다고 믿던 사람에게 '아니,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거지.' 라고 하면 얼마나 황당할까. 그 사람이 세상을 보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는 일일테니. 그래서 내가 믿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이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드는 사건을 만날 때마다 난 혼란스럽기도 하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좌절하기도 했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지?'
'저렇게 야비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왜 더 잘 살지?'
근데 나도 고작 서른 다섯 해를 살았기 때문에 이 말이 틀렸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한다. 부디 언젠가의 나는 성실하게 묵묵히 일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그 노력의 보상을 받는 삶을 사는 걸 보며, 끝내는 내 믿음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