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달 분위기가 좋았던(나는 그렇다고 믿었던) 두번의 면접 결과를 말하자면, 한 회사는 그대로 잠수를 탔고, 다른 한 회사는 나의 경력 부족을 이유로 다른 사람이 채용 되었다는 연락을 전화로 해주며 마무리 되었다. 뭐, 그럴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는거지.
- 배윤정의 유튜브 채널에 '배윤정 이유없이 싫다'는 누군가의 댓글에 배윤정 본인이 등판해서 '그럴수있음' 이라고 대댓글을 남긴 짤을 친구에게 공유해줬다. 전혀 타격이 없어보이는 '그럴수있음'을 보며 잠깐 친구와 나는 서로의 어떤 말에도 '그럴수있음'이라고 대답하는 놀이를 시작했다.
친구: 면접을 보는데 사장이 '너의 능력을 어떻게 더 잘 쓸 수 있을지 행복한 고민 중이야' 라고 말하고 떨어뜨리는거? 그럴 수 있음
나: 응 그럴 수 있음.
(이건 내 경험이 아니라 친구의 경험담이다. 두 경우가 비슷한 양상을 띠는데 우리 둘만 콕 집어 특별히 이런 일이 생긴것 같지는 않고, 이건 이곳의 채용 문화로 봐도 되지 않을런지.)
여기까지만 해도 '그럴수있음'은 우리에게 타격를 줬던 일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고, 한편으로 체념 하는 어른스러운 태도를 상징했다. 그리고 곧 이 놀이는 변질되기 시작하는데, '그럴수있음'이라는 말이 나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는 좋은 무기라는걸 알게 되면서 부터였다.
나: 그래서 내가 빡쳐서 뒤에서 온갖 욕을 다 하고 다녀도, 나는.. 그럴 수 있음.
친구: 응, 당연히 그럴 수 있음!!
이런 무조건적인 지지라니. 변질된 '그럴수있음' 놀이에 엔돌핀이 도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끝내는 애초의 '그럴 수 있음'의 어른스러운 태도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긴, 개뿔' 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 이제 취업준비생 12주차에 접어들었고 지원한 회사는 100개가 넘었다. 처음에는 취업이 마치 인형 뽑기 같아서 내가 인형 1개만 뽑으면 끝나는 게임이니 이건 많은 시도만이 답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처음으로, 나는 게임을 하는 주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뽑히길 기다리고 있는 인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몇번째 손님에게서 나는 뽑혀져서 세상에 나갈 것인가.
갑자기 이런 생각의 변화가 찾아온건 아마도 3달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내가 할 수 있는게 생각보다 적다는 무력감 때문이지 않나 싶다. 근데 뭐, 그건 그거고. 내가 인형을 뽑든, 뽑히길 기다리든 할 수 있는걸 하며 이 시간을 지나가야지. 이런적이 한 두번도 아니고, 이런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 다 지나가겠지, 어떻게든 결말은 나겠지. 늘 그래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