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내한, 혼이 먼저 아는 일

by 맨디

-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유튜브를 켜보니 어제 있었던 오아시스 내한 공연 현장을 누군가 찍어 올린 영상이 보인다. 아, 오아시스. 나의 오아시스. 2013년 11월 처음 뉴질랜드에 와서 영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펍 문화를 접할 때, 그들이 목이 터져라 다같이 떼창하던 ‘Don’t look back in anger’, ‘Wonderwall’ 을 시작으로 영어 공부를 위해 봤던 ‘My mad fat diary’ 속 ‘Champagne Supernova’, 나의 연애가 끝나고 홀린 듯 듣곤 했었던 ‘Stand by me’, ‘Live forever’, ‘Whatever’ 등등, 오아시스의 수많은 노래들은 그 시절 나의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30대 중반이 된 나에게 오아시스는, 20대 중반 더 넓은 세계를 만나 흥분하고, 상처 입던 나의 그 시절을 고스란히 소환해내곤 했다. 그랬던 그들이 다시 재결합을 하여 월드투어를 하다니. 좀 더 월드투어를 꼼꼼히 돌았다면 뉴질랜드도 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재결합해서 다시 무대에 함께 서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그들에게 뉴질랜드까지 들려달라는건 욕심이긴 하다.


- 콘서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서 우는 건지 어쩐건지, 전주만 흘러 나와도 눈물이 차오르고, 눈물은 왜 자꾸 흐르는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연신 훔치며 노래를 크게 따라 불렀다. 근래엔 울고 싶어도 못 우는 사람이 되어 버렸나 했던 나는 철철 울면서 오아시스를 연호했고, 문득 오아시스의 노래가 격렬한 흥분이든, 잔잔한 위로였든 어떤 형태로든 내 인생에 스며들었던 과거 내 모든 시간들은 돌아보니 참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울고 있나? 또 생각했다. 내가 지금 오아시스를 보며 우는 것인지, 내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우는 것인지. 뭐가 됐든 난 울고 있었고, 그 눈물이 반가웠다.


- 까닭을 알듯 말듯한 눈물을 철철 흘리며 마지막 앵콜곡을 듣다 문득 이메일을 확인했다. 3주전쯤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던 회사에서 최종 탈락 했다는 메일이 하필 그때 도착해있었다. '그랬구나, 결국 떨어졌구나. '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낙담하게 될 내가 너무 걱정이 되었던 것에 비해, 나는 오히려 담담했다. 다만 오아시스 때문에 이미 감정이 눈물로 흘러나오는 길이 트여서인지 마지막 앵콜곡을 들으면서는 더 크게크게 울었다.


- 꾸꾸에게 결국 떨어졌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비디오 인터뷰때는 그 회사에서 쓸 법한 데이터를 가지고 나름의 분석을 준비해서 인터뷰에 임했고, 현장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는 현재 데이터 시각화의 문제점과 내가 고친다면 어떻게 할지, 앞으로의 비전은 어떻게 가져갈지 짧은 제안서도 보냈다. 그걸 다 알고 있는 꾸꾸는 뭘 더 어떻게 해야되는거냐고, 왜 떨어진거냐고, 진짜 개같다고 했다. 나는 '마지막까지 고민했는데 결국 그 지역 사람을 뽑기로 했대.' 라는 인사팀 담당자의 메일 구절을 그대로 꾸꾸에게 전달했다.


- 2022년 3월의 어느 날, 나는 그 날 무슨일이 벌어질지는 까맣게 모르고 그저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영국으로 날아가 남자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낼 꿈에 부풀어 있던 그 날, 우연히 들은 'Sia'의 'Unstoppable'에 꽂혀 그 노래만 무작스럽게 몇 시간을 들었다.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추기도 하면서. 그리고 몇 시간 뒤, 나는 그와 헤어졌다. 그 후, 참 희한하게도 소위 말해 '혼이 먼저 안다'는 류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난 그때를 떠올린다. 감정적으로 상처 입고 더 강한 나로 살겠다는 노랫말을 가진 노래를 마치 헤어질 것을 미리 알았던 사람처럼 들으며 살풀이까지 췄으니. 내 혼은 미리 알았던거다.


- 그럼 오늘의 오아시스 콘서트를 보며 울던 내 혼도 미리 알았던걸까, 크게 울 일이 오고 있다는 것을. 어쩐지 눈물이 철철 난다 했더니.


- 10년 전 오아시스 노래를 들으며 울고 웃던 그 시간도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되었으니 지금도 그러하겠지. 오늘 하루쯤은 마음놓고 울고 또 울고, 그리고 내일부터는 차분히 다시 취업 준비를 해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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