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전 오늘, 내게 남겨진 것

by 맨디

- 12년 전 오늘 처음 뉴질랜드 땅을 밟았다. 혼자 이런 저런 날들을 기념하는 걸 좋아하는 내가 오늘 같은 날을 그냥 넘어갈 순 없으니, 가고 싶던 뉴욕 스타일 카페에서 샌드위치에 커피한잔 하며 따땃한 여름 볕을 쬐러 모처럼 나왔는데, 오늘 그 카페는 문을 닫았다. 그래서 늦은 첫 끼를 버거퓨얼에서 먹었다. 12년을 한결 같이 단 한번도 변함없이 시켜먹던 바이오 퓨얼 말고 오늘은 다른 버거를 시켜먹었다.


- 12년 전 이맘 때를 자주 생각하는 요즘이다. 엄밀히 말해 뉴질랜드 오기 전 1년간 백수로 지내던 그때를 생각한다. 영어 공부를 했고 책을 읽었고 이러저러한 일로 복작대던 마음을 친구에게 나누던.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른게 없다. 여전히 영어를 공부하고 책을 읽고 그때 그 친구와 이제는 다른 이야기를 그때와 똑같이 하고있다.


-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붙잡고 있는 것들은 너무나 나다운 일이라는 생각이 이제는 든다. 꼭 상황 때문이 아니라, 최소한의 것을 내 생활에 남기게 되었을 때 내가 필수로 챙겨가는 몇가지가 아닌가 싶다. 그럼 뭐, 앞으로도 이러겠지. 12년 뒤의 나는, 지금 내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50을 바라보는 중년 여자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게, 그냥 나라는 사람이 다만 50년을 살아, 그에 맞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내가 되어 있겠지.


- 12년간 많은 일이 나를 거쳐갔고, 끝내 머물지 않았다. 지금은 사라진 많은 이야기들이 너와 나를 이어오게한 연료가 된 것 같다고 친구에게 말했다. 나에게도 무언가로 남긴했을 것이다. 똥이었든, 거름이었든. 하다못해 이 또한 다 사라질 이야기라는 한줄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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