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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영 Nov 27. 2017

나의 채식 이야기

영국에서 접한 채식에 대한 시선

내가 사는 곳이 시골이다 보니 5일마다 장이 선다. 이날은 부모님과 함께 장에 가서 신선한 먹거리를 사 오는 날이다. 서울에서는 원하는 때에 마트에 가서 장을 볼 수 있지만 5일장만큼 신선한 먹거리를 구하기는 힘들다. 특히 제철마다 나오는 채소와 각종 나물, 해조류를 사는 일은 무엇보다도 즐겁다. 할머니들이 가지고 나온 싱싱한 나물들과 모양은 못생겼지만 맛은 좋은 감자, 당근, 배추 이런 것들을 사다 보면 어느새 장바구니 가득 파랗고 하얗고 빨간 채소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또한 톳, 미역, 김, 매생이 등도 내 식욕을 돋우는 착한 먹거리들이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채소는 다양하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채식 식단은 한번 맛을 들이면 계속 찾게 된다.


나는 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채소를 더 좋아한다(한 달에 1번에서 2번 먹는다). 영국에서 친구들에게 "너는 채식주의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면 대부분 채소 위주였고 모두 동물 복지를 공부하던 친구들이었기에 채식주의자인 애들은 아주 흔하게 있었다. 학교의 모든 캠퍼스 식당과 대부분의 레스토랑에도 언제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나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채식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하곤 했다. 아직 완전히 고기와 유제품을 먹지 않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인종 차별적인 대우가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내재되어 있는 무언가가 항상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던 것도 내가 고기를 거의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점만 보아도 채식주의자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채식주의자 친구들과 함께 자주가던 채식위주 식당이다. 다양한 채식 메뉴를 즐길 수 있어서 선호하게 되었다.

                                                                                                                     

사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영국에서도 거의 먹지 않았지만 영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믿고 먹을만한 동물 복지적 고기를 구하기 힘든 것 또한 내가 고기를 꺼리는 이유 중에 하나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고기가 건강한 먹거리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고기를 먹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또한 채소 위주의 식단은 건강과 몸매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식단에 매우 만족한다. 대표적인 채식주의자인 연예인으로는 이효리, 이하늬가 있다. 이들의 건강미 넘치는 모습만 보아도 채식이 건강과 미를 둘 다 충족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동물복지형 농장이 앞으로 늘어날 것이며 동물복지 인증제 마크를 단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실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고기와 유제품들을 맘놓고 구입할 수 있을 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영국에서 내가 주로 해먹었던 채식식단이다. 주로 Chinese market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채소를 사와서 조리해 먹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채식주의자라고 하면 동물 보호에 앞장서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어서 한편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자리 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동물 보호 차원에서의 채식보다는 환경과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환경을 생각한 채식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축산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농장 동물의 배설물이 배출되고 이는 땅과 물의 오염을 가중시킨다. 예전 전통 방식의 축산은 그 배설물이 비료가 되었지만 지금은 화학비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배설물는 더 이상 비료로써의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처럼 오늘날의 공장식 축산이 생태계의 파괴와 온실효과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곡식 생산량의 1/3이 축산 사료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으로 이는 기아문제와도 직결되어 있다.      

                              

영국 기숙사의 Kitchen. 배추와 버섯을 넣고 떡대신 두부를 넣은 떡볶이를 해먹었다. 떡이 비싸고 맛없다.

                                                                                                   

더 이상 채식 위주의 식단은 동물 보호를 외치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좀 더 나은 사회, 제한된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하는 이들의 작은 움직임이다. 만약 육식을 끊을 수 없다면, 조금 줄여보면 어떨까? 일주일에 하루 채식의 날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육식 증가로 비만이 문제가 된 지금의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더 건강한 식사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글을 쓰는 지금 나는 커피에 우유를 가득 부어 마시고 있다. 따듯한 커피와 부드러운 우유의 조화를 나는 좋아한다. 지금 한 가지 바램이 있다면 부디 복지적으로 키워서 건강한 젖소에서 짠 우유를 믿고 마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는 것이다.                

지구와 환경을 위해 인간의 삶도 조금씩 변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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