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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서영 Jun 06. 2022

내가 사랑하는 나의 일상

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사랑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산책을 가고, 아침을 먹고, 아이들 간식을 챙겨주고,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오후 산책을 가고, 아이들 저녁을 만들고, 저녁을 주고, 아이들이 잠든 밤, 이렇게 글을 쓰는 일상을 사랑한다. 한동안 나의 일상은 흔들렸다. 집에서 5분거리도 안되는 병원이었지만, 매일 출근한다는 것이 조금 버거웠다. 아이들도 나랑 떨어져 있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했고 부모님은 아이들 통제를 힘들어하셨다. 3달 정도 지나니 나도 아이들도 조금 적응이 되었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아직 편히 쉬지는 않지만, 극도의 흥분상태에서는 벗어났다. 내가 방으로 돌아와야 그제야 방으로 들어와 정신없이 자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아이들도 내가 없는 시간 방에서 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는다.     


[내가 몰래 좋아하는 리듬이와 산책을 다녀왔다. 산책이 만족스러웠는지 눈에 잔뜩 졸음이 왔다.]


그렇게 한 걸음 나아가자 이번에는 촬영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집과 마당을 촬영 1주일 전부터 조금씩 조금씩 치워 겨우 촬영 전까지 대청소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청소는 촬영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었다. 피디님 두 분이 도착하자 아이들은 쉴새 없이 짖어대고 있었고, 아이들은 촬영에 협조적이지 않았다. 아이들을 억지로 촬영에 임하게 할 수는 없어서 정말 어렵게 어렵게 찍어나갔다. 다행히 피디님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이고 간식도 잔뜩 가지고 오셔서 아이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피디님들의 도움으로 즐겁게 촬영을 마쳤지만 그래도 촬영을 마치고 찾아온 나만의 일상은 꿀같이 달콤했다.    


[단밤이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자 단밤이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자못 쑥스러운듯 나를 보았다.]


달콤한 일상을 시작한 지 며칠 안 돼서 화음이가 밥을 잘 안 먹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먹보였던 화음이가 밥을 잘 안 먹는다는 건 큰 탈이 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구토까지 시작되자 나는 당장 화음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 혈액검사를 진행하였다. 혈액검사 결과는 나의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좋지 못하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신장 수치가 올라가 있었고 염증 수치도 꽤 높았다. 좀 더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겠지만 신부전이 강하게 의심되었다. 나는 신장 수치를 낮추기 위해 수액을 주고 항생제를 주사하였다.  

    

[병원에 입원하여 수액을 맞고 있는 화음이다. 장난기가 쏙 빠진 화음이의 모습이 마냥 슬퍼 보인다. 내 마음도 같이 슬프다.]


우리는 일상의 소중함을 자주 간과하고 살아간다. 일상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그냥 흘러버리기 일쑤이다. 나 또한 그러했다. 그런 나에게 일상을 뺏어가는 일이 3번이나 연속되다 보니 다시는 이 소중한 일상을 지켜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만이 누릴 수 있고, 온전히 내 것이라고 느꼈던 일상은 언제든지 나의 것이 아니게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은 오히려 현재를 오롯이 살게 해주기도 한다.  


[나에게 달려온 얼룩이가 나를 향해 웃는다. 나도 같이 따라웃는다. 이런게 행복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비 오는 날 밖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와 흙범벅이 된 트리가 반갑고, 흙발로 침대에 올라와 나의 새 이불을 더럽힌 소복이를 나무라지 않게 된다. 이 모든 말썽은 아이들이 건강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아이들과 함께 웃고 울며 하루를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나의 일상이라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감사하게 느껴진다. 거의 쉬는 시간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나는 나의 일상을 사랑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너그러워 진다. 난 그 너그러움이 좋다. 그리고 날 그렇게 만들어주는 나의 아이들이 좋다. 혼날 짓을 산더미처럼 해놓고 나를 보고 웃는 나의 아이들이 있기에 나도 같이 따라 웃을 수 있다.

     

[우리집 최고 말썽꾸러기 마린이가 오늘은 나에게 정면 사진을 허락했다. 나는 그저 감사해하며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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