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순이

드디어 내 품에 들어온 순이

by 손서영

순이와의 인연은 3년 전 시장길에 우연히 보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순이는 하얀털이 차의 매연과 먼지에 뒤덮여 잿빛털을 하고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가지고 있던 강아지 간식을 모두 순이에게 내어주고 한참을 순이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나는 매주 순이 집에 들려서 맛난 간식을 주고 조금 쓰다듬어 준 뒤 돌아가는 일상을 되풀이 했다. 그러는 와중에 나는 순이의 주인분과도 친분을 쌓게 되었고 매번은 아니지만 가끔 인사를 드렸다.


KakaoTalk_20200225_093548848.jpg 순이가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다. 순이의 미소를 보면 나는 하늘위에 붕붕 뜨는 것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던 중 순이는 임신과 출산을 되풀이 하였고 그 모습을 안쓰럽게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중성화를 권유하던 중에 순이는 복수가 차오르는 병에 걸렸다(이 이야기는 ‘무료의료봉사‘ 글에도 나와있다). 복수를 먼저 치료하고 중성화를 실시해야 했기에 중성화는 조금 뒤로 미뤄졌다. 그리고 한 번의 임신과 출산이 있었고 나는 바로 중성화 수술을 권하였다. 순이의 배가 다시 부풀어 올랐을 때 중성화 수술을 하자고 연락이 와서 나는 순이를 수술해 주었다.


KakaoTalk_20200225_093916510.jpg 순이의 첫 산책날, 너무 환하게 웃고 있지만 배는 복수로 볼록하게 나와있고 얼굴은 눈물자국으로 얼룩져 있다.


검사를 해보니 순이의 배가 부풀러 올랐던 이유는 임신이 아닌 복수였다. 복수를 뽑고 수술도 진행하였다. 더 이상 중성화를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인분에게 순이의 몸이 회복될 때까지만 내가 데리고 있겠다고 말하고 순이를 집에 데리고 와서 돌봐주기 시작하였다. 순이는 착한 아이로 아이들과 큰 마찰 없이 잘 적응해 나갔다. 그간 길 위에서 작은 집 한 채에 의지하며 살았던 것이 안쓰러워 방 하나를 순이를 위해 내어 주었다. 순이는 평생 돌길위에서 살았지만 우리 집에 오자마자부터 폭신한 이불 위를 좋아하였다. 방에서도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이불을 물고 가서 거기에 이불을 피고 누워서 자고는 하였다. 이렇게 폭신한 곳을 좋아하는 아이인데 그간 얼마나 불편했을까 싶었다.


KakaoTalk_20200225_093602897.jpg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순이의 얼굴에는 행복이 활짝 피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순이는 매번 찾아갈 때마다 울상이었고 많이 우는지 눈물자국도 선명하게 있었다. 나는 순이의 웃는 얼굴을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순이는 매우 순했지만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자신을 만지면 그저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정도가 순이가 나에게 허락하는 친밀함의 전부였다. 하지만 집에 온 순이는 너무 달라서 같은 순이인가 싶을 정도였다. 나에게 자기 얼굴을 들이밀고 언제 어디서나 나만 졸졸 따라다니고 꼬리를 세차게 흔들며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눈물자국도 줄어들고 얼굴은 밝아지고 무엇보다 축 늘어졌던 배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더 이상 복수가 차지 않았다. 잿빛이던 순이의 털도 점점 새하얀 자태를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목욕을 해준 것도 아닌데 우리 집 애들보다 더 깨끗해졌다.


KakaoTalk_20200225_093804900.jpg 애들하고 점점 어울려서 산책을 한다. 처음에는 바깥 나들이가 어색해서 내 뒤에만 붙어 있었다.

처음 순이를 목줄에서 풀고 산책을 하였을 때 순이는 너무 좋아하였다. 그래도 아직은 낯선 지 내 주위에서만 왔다갔다 하고 다른 애들처럼 이곳저곳을 누비거나 냄새를 맡고 영역표시를 하느라 정신 없지는 않았다. 나는 처음에 순이는 노즈워크(냄새를 맡는 행위)를 할 줄 모르나, 아님 좋아하지 않나?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나만 따라다니는 산책을 했다. 그런 산책을 2주가 넘도록 하고 나서 이제 슬슬 냄새도 맡고 조금 앞서서 걸어나가기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순이의 변화를 기쁨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가 얼마나 행복한지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이런 순간이 나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명품가방을 손에 넣었을 때, 비싼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하고는 비교도 안되는 행복을 선사한다.


KakaoTalk_20200225_093532295.jpg 예전에 비해 배가 들어간 것이 확연하게 눈에 띈다. 역시 최고의 치료는 러브 테라피이다. 의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사랑이 젤 우선이다.

이렇게 우리집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순이를 차마 다시 보낼 수 없었다. 그리고 순이의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데 다시 돌아가면 다시 아플 수도 있었다. 나는 고심 끝에 순이를 내 아이로 입양하기로 결정하였다. 순이의 밝아진 얼굴에 다시 눈물이 흐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주인분에게 순이의 건강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고 내가 케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평소 순이 밥도 잘 챙겨주시지 않았던 분이라 그런지 너무도 쉽게 그렇게 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정말로 그 자리를 나와서 길에서 춤을 쳤을 정도다. 그렇게 순이는 나의 24번째 아이가 되었다. 앞으로 순이 가는 길에 꽃을 뿌려 꽃길만 걷게끔 하고 싶다. 나의 사랑 순이와 함께할 앞날이 기대된다.


KakaoTalk_20200225_093701553.jpg 눈 오는 날 순이와 함께한 산책. 눈처럼 하얀 순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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