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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y 24. 2022

특별하지 않은 날이 결국은 특별한 날이다

생일에 써보는 일기

어제저녁은 아내와 내가 정식으로 만난  11년이 되는 날이었다. 저녁으로  먹을까 생각하다가 성북 천변에 있는 '잔칫날' 가서 두부김치와 매운 순두부 안주로 소주를 마시던 아내가 문득 ", 고노와다에 소주를 마셔야 하는데!"라고 외쳤다. 11  우리를 맺어준 멘트가 '고노와다에 소주   하실래요?'였는데   어제가  날인  까먹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5 이맘때면  여행지에 있었는데 작년부터 여행을 하지 못하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우리는 큭큭 웃으며 술잔을 부딪혔다. '고노와다' 다음에 먹으면 되지. 사장님이 주방에서 나와 지난번 사인을 해드린   『부부가   놀고 있습니다』를 재밌게 읽었다고 인사를 하며  글씨가 마음에 든다는 말씀도 하셨다. 책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했더니 축하한다며 서비스 안주까지 주셨지만 우리는 소주  병만 마시고 분연히 일어났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내가 "여보, 생일 축하해."라며 웃었다. 예전부터 생일이 특별한 날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어떤 금융기관에게 협박을 받는 꿈(24일인 오늘까지 뭔가 등록을 하지 않으면 불법이라고 했는데 내용은 기억이 안 남)을 꿔서 기분이 안 좋았는데 순자가 배 위로 올라와서 갸르릉 대는 바람에 마음이 풀렸고, 일어난 김에 화장실에 갔다가 자리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넷플릭스의 《러브, 데스, 로봇》 시즌3 첫 번째 에피소드를 봤고(인간이 모두 사라진 지구로 세 로봇이 탐사를 온 내용. 존 스칼지 원작이었다) 이어서 《유퀴즈》 중 김민섭 작가와 최재천 교수가 나오는 에피소드를 좀 보다가 끄고 다시 잤다.  


아침 9시쯤 아내가 미역국을 끓였다. 오늘은 일주일에  번씩 하는 펠든 크라이스 무브라는 운동을 하러 가는 날인데 어제 오이를 너무 많이 사는 바람에 그걸 처리하느라 운동을 다음으로 미루었다고 한다. 오이 손질에 운동까지 하고 나면 미역국을 끓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운동 대신 미역국을 선택한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밥을 먹으며 페이스북 담벼락에 생일 축하 메시지를 올린 분들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리디북스에서  원짜리 소멸 예정 포인트를 얼른 쓰라는 안내 메일이 왔고 쏘카에서는 520 크레딧이 30  소멸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이런  보면 지극히 평범한 날이다. 나는 밥을 먹으며 새로 내게  책의 제목 아이디어를 아내에게 물었다가 좋은 아이디어를 얻은  같아 얼른 에버노트에 메모를 했다. 생각해 보니 오늘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이, 지금처럼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앉아 실없는 농담을 하며   있는 날이  결국은 특별한 날이 아닌가 하는 깨달음이 왔다.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한 날일 수도 있다는  삶의 아이러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쏘카에서 다시 생일 축하 쿠폰이 도착했다. 역시, 생일은 특별한 날인 것이다. 쿠폰은  30% 할인이었는데 최대 24시간 예약이 가능하고 일부 차종에 한해 사용할  있으며 제주 공항 쏘카존은 제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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