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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30. 2022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만은 하지 마시길

이태원 참사 가족들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래도 믿어지지 않는다. 오전 6시 기준 사망자가 149명이다. 현장에 있지 않았지만 참혹한 보도 영상들만 봐도 어떤 상황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밀지 마요."라는 소리와 함께 앞에 있는 사람이 넘어지고 그 위로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깔렸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3년 만에 열리는 축제의 시간이었으니 다들 들떠 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 우리나라가 핼러윈이냐 비난할 건 아니다. 뭐가 되었든 사람들에게 축제의 시간이 필요하다. 발산해야 할 스트레스도 많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이나 섣부른 계몽은 하지 마시길 바란다.

페친인 의사 한 분은 보도 영상에 보이는 길거리에 누워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사망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썼다. 모르는 사람들이 달려들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은 모두 죽었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20대였고 미성년자도 있었다. 토요일 밤이었고 시월의 마지막 이태원 거리였다.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통신이 끊긴 상태에서 집 나간 자식이나 가족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밤을 지새우거나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을 사람들에겐 지옥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사고 대책 본부의 연락을 받고 한밤중에 소방차나 응급차를 몰고 왔을 사람들의 마음 또한 오죽했겠는가. 집에서 TV나 스마트폰으로 사고 소식을 지켜보는 일반 시민들 역시 불면의 밤이기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인 공중파 방송국의 보도 태도를 문제 삼는 한 극우 인사가 그동안의 압사사고 통계 자료를 올리며 그 방송국이 주최한 행사에서도 그런 일이 많았다고 쓰자 그 밑에 '좌파들이 비극적 사고를 다시 정치적으로 공격하려 발버둥 치고 있네요'라고 쓴 댓글을 읽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이런 사고에 좌파가 어디 있고 우파가 어디 있나.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의 인터뷰를 보니 압사 사고가 일어난 상황에서도 시끄러운 음악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비명과 싸이렌이 음악 소리에 묻혀 사고는 더 커졌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장삿속에 눈이 먼 가게들이라 욕을 할 수 있나. 술에 취한 철부지들이라고 비난할 수 있나. 세상은 그런 것이다. 한쪽에선 사람이 죽어나가도 한쪽에선 음악을 들으며 술을 마시게 되어 있는 것이다. 다만 그때 이태원 거리의 음악 소리가 모두 꺼지고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기적이 일어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허망한 생각을 해본다.


다시 한번 쓰지만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만은 하지 마시길 바란다. 누구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고 일어나길 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비극은 누구도 원하지 않았어도 일어나기에 비극적이다. 사고를 당한 분들과 그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참담하고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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