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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산 책, 두 권이 된 책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by 편성준


다시 읽고 싶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지난주에 또 샀던 앤드루 포터의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방금 책꽂이에서 찾았다. 내가 꽂아두었던 곳이 아니라고 생각한 칸에 늘 있었던 것처럼 그런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는 얼른 믿기지 않아 다른 책꽂이에서 최근에 산 똑같은 책을 꺼냈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 집 책꽂이가 경포해수욕장 만한 줄 아시겠지만 사실은 그리 크지 않다.

책을 펼쳐 내가 줄 치고 메모한 곳들을 살펴보았다. 「머킨」이라는 단편에 비슷한 곳에 줄을 치고 좀 다른 내용을 메모해 놓은 게 재밌다. 첫 번째 산 책엔 맨 앞 페이지에 포스트잇으로 메모를 해놓은 내용도 있었다. 그것도 세 장씩이나. 아마 나중에 리뷰를 쓸 때 참조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 뭔가 생각나면 어떤 식으로든 메모를 해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이로써 다음과 같은 사항을 알게 되었다.


1. 나는 바보다.

2. 지하철에서 잃어버리고 다시 사면 한 권이지만 집에서 잃어버리고 다시 사면 두 권이 된다(앞의 예는 로런 그로프의 『운명과 분노』다).

3. 이로써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얼마나 훌륭한 소설인지 아주 이상하고 주관적인 방법으로 밝혀졌다.

4. 사실은 세 번 산 책도 있다(황석영의 『손님』이었는데 그때는 내가 약간 미쳤던 것 같다)

5. 첫 번째 책은 '서촌그책방'의 하영남 대표의 강력 추천으로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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