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 기자의 『태도의 언어』
"우리,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얘기 나눠요."
배우 김혜수가 김지은 기자와 13년 만에 다시 만나 한 얘기다. 늘 대중에 노출되어 있기에 방어기제가 셀 수밖에 없는 톱스타의 마음을 이렇게 활짝 연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잘 듣는 귀와 잘 들으려는 김지은의 마음이었다. 한국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던 김지은은 어느 날 디지털콘텐츠팀으로 발령이 났고 여기서 삶의 길을 묻는 인터뷰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가장 조화로운 3도 화음의 삶을 꿈꾼다는 뜻으로 시작한 '김지은의 삶도 인터뷰'는 '실패연대기'라는 제목으로 시즌2를 맞은 뒤 '개그맨 양세형 편'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나는 『태도의 언어』라는 이 책에서 김혜수나 손석희와 나눈 사연들도 좋았지만 차준환 선수와의 인터뷰가 특히 인상 깊었다.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보면 나는 재능보다 노력으로 이룬 게 더 많다"라고 겸손해하는 그의 말 중 특히 '넘어질 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어록은 새겨들을 만하다. 그 말을 삶 전체로 확장시켜 보면 내 인생에 수시로 닥치는 실패나 좌절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기 피해자로 경찰서에 갔던 엄마와 경찰관의 에피소드에서도 '듣는 태도'에 대해 생각하는 김지은 기자의 마음 덕분에 얻은 통찰이다.
김지은 기자는 인터뷰 해준 이, 즉 인터뷰이에게 그 기사가 실린 종이신문을 꼭 보내준다. 나도 아내도 그와 인터뷰한 종이신문을 집에서 받아보았기에 그게 거짓말이 아님을 안다. 인터뷰 중 몇 안 되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 윤여준 전 장관에겐 사비를 털어 한국일보 구독을 시켜준 일도 있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면 지금 서점에 가서 <태도의 언어>라는 책을 집으면 된다. 책 띠지에 브이넥 스웨터를 입은 김혜수가 턱을 받치고 앉아 있으니 아마 찾기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