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주말 칼럼 : 부부가 둘 다 놀고 머고 씁니다
앤드루 포터의 단편집 『사라진 것들』엔 텍사스의 한 작은 마을에 사는 그레그라는 남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최근에 이혼을 했고 삶에서 뭔가 중요한 관계들이 하나씩 무너져가는 것을 느끼는 중인데 유일한 낙은 단골 스낵바에 가서 '포솔레'라는 멕시코 전통 수프를 주문해서 먹는 거죠. 삶의 공허함과 외로움과 싸우느라 지친 그는 그 음식에서 일종의 위안을 느낍니다.
아내 윤혜자가 이번 주 조선일보 칼럼에 쓴 이야기도 이와 비슷합니다. 연고도 없는 보령으로 남편과 둘이 무작정 내려왔을 때 그녀를 위로한 것은 백반집에서 내주는 '담근 김치'였습니다. 낯선 도시를 가더라도 단골집을 만들어 놓으면 마음이 좀 든든해집니다. 아내는 보령의 음식점 중 동대동 '누나네'의 박대구이와 '그리고'의 아욱국을 칼럼에서 소개했습니다. 지금 아내는 서울에 있고 저만 보령에 내려와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누나네는 그제 저녁에 갔고 역시 박대구이를 먹었는데 그리고는 일 인분은 팔지 않으니 나중에 아내와 함께 가야겠네요. 시간 될 때 그녀의 칼럼을 읽어 주십시오.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10/12/FO3A45RQBVAYLFDA5STRNZKZ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