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설가 한강과 대하소설 한강

보령시립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by 편성준


보령시립도서관에 왔다. 키오스크로 빌린 책을 반납하고 있는데 서가 쪽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안 들으려 해도 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크고 반말을 하는 걸 보니 노인인 것 같았다. 노인들은 귀가 안 들리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도 잘 모르고 또 반말이 '정다움을 시전하는 제스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 앞에는 카운터에 앉아 있던 도서관의 여성 직원이 와 곤란한 듯 양손을 맞잡고 상담 중이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탔다고 하던데, 한 권이 아니네?"

"아무래도 소설가 한강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작가 작품은 지금 다 대출 중이입니다. 선생님."

"한 권도 없다고?"

"네."

"여기 있는 건?"

"그건 조정래 선생의 한강입니다"

"그럼 이걸 빌릴게."


노인은 담백했다. 배낭을 열더니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쓸어 담았다. "저기요, 그건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읽으신 뒤에 읽으면 더 좋은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대하소설의 시대가 아닌데.

노인이 키오스크 앞에서 또 큰 소리로 항의를 했다. 아리랑 3,4권이 대출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직원이 황급히 뛰어와 아리랑 3,4권에 대한 대출을 승인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도서관은 한 번에 열 권씩 대출이 가능하단 말인가. 내가 알기로는 최대 여섯 권인 것 같았는데. 흠, 그나저나 그 노인이 빌려간 그 책들을 다 읽으려면 육 개월은 걸릴 텐데. 아무해도 자꾸 걱정이 된다. 아무튼 한강 작가 덕분에 요즘 우리나라 전체가 독서 모드다. 잠깐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 나는 내일 서울로 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 악연을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