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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15. 2024

소설가 한강과 대하소설 한강

보령시립도서관에서 있었던 일


보령시립도서관에 왔다. 키오스크로 빌린 책을 반납하고 있는데 서가 쪽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안 들으려 해도 안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목소리가 크고 반말을 하는 걸 보니 노인인 것 같았다. 노인들은 귀가 안 들리는 경우가 많아 자신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도 잘 모르고 또 반말이 '정다움을 시전하는 제스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 앞에는 카운터에 앉아 있던 도서관의 여성 직원이 와 곤란한 듯 양손을 맞잡고 상담 중이었다.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탔다고 하던데, 한 권이 아니네?"

"아무래도 소설가 한강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작가 작품은 지금 다 대출 중이입니다. 선생님."

"한 권도 없다고?"

"네."

"여기 있는 건?"

"그건 조정래 선생의 한강입니다"

"그럼 이걸 빌릴게."


노인은 담백했다. 배낭을 열더니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쓸어 담았다. "저기요, 그건 태백산맥과 아리랑을 읽으신 뒤에 읽으면 더 좋은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대하소설의 시대가 아닌데.

노인이 키오스크 앞에서 또 큰 소리로 항의를 했다. 아리랑 3,4권이 대출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직원이 황급히 뛰어와 아리랑 3,4권에 대한 대출을 승인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도서관은 한 번에 열 권씩 대출이 가능하단 말인가. 내가 알기로는 최대 여섯 권인 것 같았는데. 흠, 그나저나 그 노인이 빌려간 그 책들을 다 읽으려면 육 개월은 걸릴 텐데. 아무해도 자꾸 걱정이 된다. 아무튼 한강 작가 덕분에 요즘 우리나라 전체가 독서 모드다. 잠깐이겠지만 그래도 너무 좋다. 나는 내일 서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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