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성준 Oct 19. 2024

노벨상과 상관없이 계속 한국소설을 읽는 사람들

독하다 토요일 시즌 11 첫 시간 모임 후기

오늘 '독하다 토요일' 시즌 11 첫 모임이 충무로에 있는 할리스 충무로역점에서 오전 11시에 열렸다. 이전엔 오후 두 시였는데 시간을 바꾼 것이다(여기는 3만 원 이상 주문하면 작은 룸을 두 시간 빌릴 수 있다). 김애란 작가가 1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을 읽고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간단 후기를 쓰려고 지금 다이어리를 찾아보니 2018년 5월 12일에 대학로 '책책'에서 독토 두 번째 모임으로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바깥은 여름』을 읽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그저 한국소설을 좀 읽어 보자고 만나 만 6년이나 이어져 온 기특한 독서모임이다. 동네 친구나 당시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작은 모임이었는데 그동안 멤버 교체가 많지 않았고 오늘은 얼마 전 결혼한 회원의 임신 소식 발표까지 있어서 모두 흐뭇하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당연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화제에 올랐고 최근에 읽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 이야기도 있었다. 김애란 작가의 이번 작품은 청소년들이 주인공이지만 어른들이 더 공감하고 반성해야 하는 이야기였다는 게 중론이었고 아름 씨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인공 세 명이 모두 비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 주어서 고마웠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성희 씨는 소설 끝 부분에 선호 아저씨가 지우에게 세 가지 고백을 하고 '이중에 거짓말은 하나도 없었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감동적이었다고 했고  하늬 씨는 억지로 만든 반전이 없어서 오히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혜영 씨는 온라인 서점에서만 살 수 있는 '코멘터리북'을 가져와서 김애란 작가가 왜 주인공들의 나이를 18살로 정했는지에 대해 알려 주기도 했다. 나이 얘기가 나오자 요즘 우리나라 20대 남성들이 가장 심각하다는 방향으로 흘러 한참 동안 사회적 이슈들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서 책 얘기만 하는 샌님들은 아니지 않나. 혜자 씨가 어제 본 사이먼 스톤의 연극 《입센의 집》 얘기를 꺼낸 걸 기점으로 다들 드라마 얘기를 시작했다. 요즘 한석규가 나오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너무 재밌는데 거기 나오는 딸이 소시오패스라고 하자 이어 긍정적 소시오패스의 아이콘인 《덱스터》 이야기가 등장했고 내가 며칠 전 본 영화 《보통의 가족》 얘기도 나왔다. 그러자 누가 새 드라마 《조립식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이번 김애란 소설이 가족과 혈육에 관한 내용이라 '가족'이라는 화두는 빼놓을 수가 없었다. 내가 영화 《딸에 대하여》 시사회장에서 들었던 '이제는 대안 가족이 아니라 가족의 대안을 생각할 때다'라는 말을 들려주자 다들 새로운 공동체나 연대에 대한 의견들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 서로의 가족사에 대한 고백 아닌 고백들도 이어져(매우 긴밀한 내용이라 물론 밝힐 수 없다) 서로 "어이구, 저런"이라는 감탄사를 주고받았다. 커피숍을 딱 두 시간만 빌렸기 때문에 오후 12시 55분에 모두 일어나 미련 없이 헤어졌다. 다음 달엔 효성 씨가 장소를 예약해 준 서촌의 홍건익가옥 대관에서 만나기로 했다. 웃으며 헤어지는 사람들의 눈빛엔 '우리는 노벨상과 상관없이 계속 우리 소설을 읽는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이 반짝였다. 다음 달 읽을 책은 김기태 작가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래서 사이먼 스톤, 사이먼 스톤 하는구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