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애란 단편소설 「안녕이라 그랬어」
보령 가는 무궁화호를 기다리며 프란츠에서 나온 『음악소설집』 중 첫 번째 단편인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었다. 여주인공이 몇 년 전 세 살 연하 남자친구와 동거할 때 사과를 깎으며 들었던 '러브 허츠(Love Hearts)'라는 노래에 한국말 '안녕'이 나온다는 게 소설의 모티브다. 나자레스 원곡의 팝송에 느닷없이 한국어 안녕이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남자친구 헌수는 뒤로감기 버튼을 눌러 여자친구에게 "니가 들은 안녕은 'I'm young'이라는 가사를 잘못 들은 거"라고 바로잡아 준다.
바보 같은 짓이었다. 둘이 헤어지고 2년 뒤 술에 취한 헌수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그때 일을 사과하며 "만약 지금 다시 너를 만난다면 네가 틀렸다고, 그건 '안녕'이 아니라 '암 영'이라고 고쳐주는 대신 그래, 가만 들어보니 그렇게도 들리는 것 같다고, 콘크리트 보도에 핀 민들레마냥 팝송 안에 작게 박힌 한국어, 단순하고 오래된 '안녕'말이 참 예쁘고 서글프다 해줄 텐데."라면서 흐느꼈으니까.
김애란의 소설엔 아프다 외롭다 울부짖지 않고 삶의 비애와 지나간 것들에 대한 미련을 가만히 삭이는 인물들이 나온다. 「안녕이라 그랬어」도 역시 마찬가지다. 여주인공이 온라인 영어강사와 수업을 하면서 안녕이라는 한국어 단어의 쓰임새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안녕이라는 말을 만날 때도 하고 헤어질 때도 하는데 거기엔 '반가워'라는 뜻도 있고 '잘 가'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말엔 '평안하시라'는 뜻도 있다. 물론 여기서는 이별을 아쉬워하며 하는 안녕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일본 번역가가 처음 번역할 때 'hello' 대신 'farewell'로 오해하는 바람에 우리나라도 소설 제목의 의미가 마이너코드로 전해졌다는 오래된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오늘밤에도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별은 인생의 필수과목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이별하는 당신도 다른 사람들도 결국엔 모두 안녕하기를 빈다. 물론 여기서 내가 말하는 안녕은 '평안하다'의 뜻 말고는 없다. 부디 모두 안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