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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일관성

씻는 걸 싫어하는 아내와 살고 있습니다

by 편성준


아내가 이틀 동안 세수를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오늘도 씻지 않을 거야, 라고 어제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아내다. '뽀송뽀송한 내 피부의 비결은 잘 씻지 않는 것'이라고 평소 주장하는 아내이기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어제 빨래방과 술자리에 갈 때도 씻지 않은 것에 대한 프라이드가 넘치던 아내가 드디어 오늘 아침에 세수를 했다.


조금 아까 내가 저녁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닦고 있을 때 아내가 욕실 옆 옷방으로 들어가길래 "씻을래?"라고 물으니 아내는 "아니, 안 씻을래. 아침에 세수했잖아."라며 옷만 잽싸게 갈아입고 안방으로 달려갔다. 그렇다. 아침에 세수를 한 아내가 저녁에 또 세수나 샤워를 할 리가 없다. 아내의 일관성이 놀랍다. 하긴 그렇게 꾸준하고 엄격하게 자신을 돌보니까 일관성이라 부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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