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진가가 드러난 『쌈리의 뼈』 북토크 후기

수북강령에서 열린 조영주 작가의 추리소설 『쌈리의 뼈』 북토크

by 편성준

지난 토요일 오후 2시부터 북촌으로 옮긴 책방 수북강녕에서 조영주 작가의 장편소설 『쌈리의 뼈』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사회를 맡은 저는 수북강녕 진소현 대표보다 먼저 서점에 도착하는 바람에 진 대표가 원격조종으로 문을 열어주어야 했죠. 곧이어 빚은책들 이상모 편집장 일행이 도착했고 조 대표도 곧 오셨습니다. '쌈리의 뼈'는 추리소설로는 오랜만에 출간된 조영주 작가의 '시간 3부작' 마지막 편입니다. 평택의 집창촌인 쌈리에서 벌어지는(수북강녕도 등장합니다) 연쇄살인 사건과 치매를 앓게 된 소설가 엄마 대신 그 소설을 이어 쓰는 여성 작가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얽혀 들어가는 추리소설이죠. 조영주 작가와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다니던 CM프로덕션의 사정이 안 좋아져 한 달 무급휴가를 쓰고 있던 저는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가 김탁환 작가, 박상준 대표, 김봉석 작가 등과 함께 제주에서 꾸렸던 'SF 부흥회'에서 조영주 작가를 처음 만나 안면을 텄습니다. 그 이후 쭉 그의 독자로, 또 페이스북 친구로 지냈는데 이번 소설을 내며 조 작가가 추천사를 부탁했고 급기야 첫 북토크 사회까지 맡게 된 것이죠.


지루한 북토크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저는 퀴즈를 준비해 맞추는 분께 선물을 드리기로 했는데 수북강녕 진 대표가 서점에서 판매하는 북클립을 내놓는 바람에 신나게 퀴즈를 낼 수 있었습니다. '추리소설은 신 중심의 일원론적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의 이원론적 세계관으로 넘어가던 서구 근대의 산물'이라는 얘기로 북토크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신에게 의지하지 않고 인간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명석한 추리력을 가진 탐정을 등장시켰다는 얘기죠.


조영주 작가를 간단히 소개하고 왜 소설의 배경이 평택인지, 쌈리를 다루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붕어빵 할머니와 핑크 레이디, 핑크 젠틀맨 등 등장 캐릭터들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플롯을 바꿨다던데 어떻게 바꿨는지 등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조영주 작가는 사람들과의 적당한 단절을 위해 평택으로 이사를 간 것부터 시작해 개를 산책시키다 쌈리를 발견하고 이 소설을 쓸 결심을 한 것, 주인공은 글을 쓰지 못하게 된 작가면 좋겠다는 생각, 붕어빵이나 핑크색에 대한 개인적인 추억까지 청산유수로 털어놓았습니다. 작가의 진가가 드러난 북토크였습니다. 조 작가는 한 번 이야기를 시작하면 주변의 모든 물질과 사람, 에피소드가 다 소설로 변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소재를 연결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책 말고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물어봤을 때도 (너무 많아서) 잠깐 망설이다가 제가 '오자크'라는 드라마와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소설 얘기를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영국 드라마 '셜록'을 시작으로 OTT 왓챠에서 '포커페이스'라는 드라마를 여러 번 본 얘기 등을 폭풍처럼 쏟아냈습니다. 성공한 덕후를 표방했던 에세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좋아'라는 책을 내기도 했던 취미부자 작가 조영주니까요.


저는 "초기의 추리소설은 명석한 두뇌를 가진 탐정들이 소파에 앉아 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이 지배적이었는데 폴 오스터의『뉴욕 3부작』 이후로는 주인공이 직접 사건에 휘말려 고생하거나 정체성을 의심하는 식으로 변화했죠. 조영주의 소설 역시 그렇습니다. 그런 면에서 매우 현대적이고 트렌디합니다."라고 평했고 조영주 작가는 저를 두고 '출간한 책들마다 너무 재밌어서 북토크 사회를 꼭 맡기고 싶었다'라는 식으로 서로를 치켜세우는 작태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조 작가는 참석자가 적으면 어떡하나 하고 엄살을 떨었지만 객석엔 독자와 동료 작가들이 많이 몰려와서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마침 이 날이 조영주 작가도 참여한 앤솔러지 『처음이라는 도파민』이 첫 선을 보이는 날이었는데 김의경·김하율·조영주·정해연 네 작가가 한 공간에 앉아 저자 사인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고 바로 전날 북토크를 마친 박산호 작가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수북강녕에서 북토크를 했던 차무진 작가가 온 것은 물론이고 살롱 도스또옙스끼 책방의 현동훈 대표, 페친으로만 알고 있던 바닿늘 님, 김영주 작가, 새 책을 들고 오신 박은영 대표, 그리고 제가 만날 때마다 헷갈려 성함을 물어보는 오늘산책 유윤희 대표까지 되는 대로 인사를 드리며(제가 좀 산만합니다) 반가워했습니다. 아, 제 지인인 오영미 배우도 오셨군요. 고은규 작가는 제 책을 이미 읽었지만 지인에게 선물하겠다면서 또『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의 사인을 부탁했고 자신의 소설 「이것은 소설인가」가 들어 있는 소설집 『출간기념 파티』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북토크가 마무리될 때쯤 제가 "이 책방엔 조영주 작가 책 이외에 제 책도 몇 권 있습니다."라고 뻔뻔하게 제 책 프로모션을 시도할 때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정명섭 작가가 도착했습니다. 일찍 오고 싶었는데 요즘 '상주작가'로 지내고 있는 사정 때문에 늦게 왔다고 하면서 말이죠.


결국 책방에 있던 제 책도 다 팔았습니다. 조 작가의 북토크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운 저는 뒤풀이 맥주집까지 따라갔다가 한 잔만 마시고 다음 날 책쓰기 워크숍 준비를 하러 집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집에 가보니 파우치를 놓고 온 걸 알게 되어 다시 서점까지 가야 했습니다. 파우치 안엔 휴대용 등긁개 등 중요한 물건이 많아서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맥주집에서 누군가가 "어떤 북토크는 사회자가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재미가 없었는데 오늘은 작가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줘서 좋았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속으로 기뻐했습니다. 알고 보니 저는 북토크 사회를 잘 보는 사람이었습니다...... 음, 죄송합니다. 조영주 작가의 다음 북토크는 6월 25일 광화문에서 열린답니다. 저는 그날 보령에서 강연이 있어서 불참......이런, 또 죄송합니다. 암튼 조영주 작가의 『쌈리의 뼈』를 읽으시기 바랍니다. 흥미로운 소재와 플롯이라 금방 읽힙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숙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