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면서 독후감 쓰는 법 -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
너는 달리기와 책 읽기 중 어느 것을 더 좋아하냐 묻는다면 나는 자신 있게 책 읽기라고 대답하겠지만 책 읽기와 글쓰기 중 어느 것이 더 좋으냐고 묻는다면 약간은 망설이게 될 것 같다. 나는 읽는 것도 좋고 쓰는 것도 좋은데 그 정도가 심해서 책을 읽다 보면 뭔가 쓰고 싶어지고 글을 쓰다 보면 이내 남이 쓴 글이 궁금해지니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글쓰기에 좀 더 집중해 보겠다고 결심한 요즘은 책 읽기보다 글쓰기를 더 열심히 해야 할 타이밍이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무래도 아침엔 쓰고 오후엔 읽는 게 가장 적당한 습관인 것 같다.
좋아하는 정도로만 따지면 벌써 다 읽었어야 했지만 술 약속과 다른 스케줄 때문에 미뤄두었던 정세랑의 새 소설을 동네 커피숍에서 마저 읽고 있다. "정세랑의 소설엔 뚜렷한 악인이나 갈등이 등장하지 않아도 독특하고 선명한 캐릭터들 덕분에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온다. 그리고 어른스러운 농담을 참 잘한다. 이건 참 좋은 덕목이다......' 책을 읽으며 이런 메모들을 아무 데나 볼펜으로 끄적이다가 혼자 웃었다. 아, 이건 읽다가 쓰는 것의 절충이군. 소설책 여기저기 써놓은 독후감(독중감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말이겠구나)을 나중에 찾아보면 독후감 쓰기가 더 편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심하지만 재밌는 저녁이다. 책을 마저 읽고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