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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Mar 12. 2019

오늘 충무로역에서 만난 아저씨, 감사합니다!

사소한 위기 탈출 이야기

오늘 아침에 제가 하마터면 충무로역에서 똥을 쌀뻔했지 뭡니까. 저는 술 마신 다음날 아침이면 느닷없이 배변욕구가 나타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습니다.


어젯밤 시사회로 봤던 한석규 설경구 주연의 새 영화가 생각보다 별로라 같이 영화를 봤던 친구들과 저희 동네 술집 '덴뿌라'까지 가서 소주를 한 병씩 나눠 마시고 밤 한 시반쯤 헤어졌거든요. 근데 아침에 일어나 아내가 부쳐준 계란 후라이와 야채 샐러드를 먹고 수영장에 가야지 하고 그대로 출근을 하다가 위기를 맞은 것이었습니다.


충무로역에서 내린 저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엉덩이 두쪽을 붙이고 걷는 와중에도 너무 급하다 보니 전에 이용했던 지하철 화장실을 찾지 못해서 충무로역 지하2층과 일층을 300여 미터 이상 돌아다니다 겨우 화장실을 찾았고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굳게 닫혀 있는 다섯 개의 화장실문을 미친 듯이 노크하고 다녔으니까요. 다행히 저의 다급한 노크를 인지하신 어떤 50대 후반 아저씨가 일찍 나와주시는 바람에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오늘 아침 여덟시 삼십분 경 충무로역에서 넓은 아량과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일찍 화장실을 비워주신 선량한 50대 후반 아저씨, 정말 감사합니다. 당신은 휴지 두 장 정도의 시간 차이로 지구환경과 저를 동시에 구하신 것입니다. 앞으로 약 3년 정도 하시는 일마다 행운이 가득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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