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다. 아내가 마루 테이블 앞에 앉아 있고 나는 내 책상 앞에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나를 쳐다보길래 무심코 말을 걸었다.
성준) 여보, 내가 어제 쓴 글 있잖아. '마스크를 쓰는 마음'이라고.
혜자)......
성준) 이희복 교수가 그걸 수업시간에 학생들한테 읽어줬다네.
혜자)......
성준) 이희복 교수, 참 좋은 사람이야.
혜자)......
성준) 여보?
혜자) 아, 진짜!
성준) 왜......?
혜자) 나 뭐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신 때문에 까먹었잖아!
성준)......
혜자) 아, 왜 거기서 말을 시켜?!
성준) 미안해. 뭐 생각했는데?
혜자) 몰라. 기억 안 나.
괜히 말 한마디 붙였다가 욕만 잔뜩 먹었다. 한참 주눅이 들어 꼼짝도 못 하고 있던 나는 아까 잊어먹은 거 생각났느냐고 물었다가 욕을 또 먹었다. 그러니 남편들이여, 아내에게 말을 걸기 전엔 그녀의 상태를 먼저 확인하라. 그게 서로를 위해서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