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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Oct 17. 2020

팬의 청혼을 도와주기 위해 썼던 단편소설

김보영의 <당신에게 가고 있어>

오래전 배우 엄지원의 남편인 오기사가 청혼을 하기 위해 썼다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 오늘 곡성으로 가는 KTX 안에서 비슷한 소설을 또 읽었다.

장편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SF작가 김보영이 자신의 청혼을 위한 낭독용 소설을 써달라 부탁한 팬을 위해 집필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의 후속 편이다. 전편이 결혼을 앞두고 우주 공간을 떠도는 남자의 이야기였다면 이 책은 약혼자인 여자의 이야기인 셈이다. 우주선이 빛의 속도에 이르면 시간이 멈춘다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아름다운 SF는 두 사람만을 위한 책으로 시작되었다가 일반 독자용 책이 되고 낭독극과 오디오북까지 확장되었고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읽은 소피 보우만이라는 외국인이 번역을 했는데 그게 번역상을 타게 되어 해외에도 소개된 신기한 사연이 있다.

나는 어제 아침 동네 고등학교 방역 지원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중에 ebs 오디오천국이라는 팟캐스트 방송 중 ‘자작나무 숲에서 작가를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김보영 작가의 목소리에 매료되어 책을 빌렸고 오늘 아침 KTX 안에서 다 읽었다. 후편을 먼저 읽은 셈이므로 이제 서울 올라가면 전편도 빌려 읽을 생각이다. 소설은 이들의 2세 이야기인 <미래로 가는 사람들>까지 나와 트릴로지를 이루었는데 후기에서 김보영은 맨 처음 부탁을 했던 부부가 아이의 이름을 ‘미래로 가는 사람들’의 주인공 성하로 지었음을 밝히고 있다. 텍스트 안팎으로 아름답고 흐뭇한 소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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