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나 혼인신고보다 더 중요한 체크 포인트
"아침이면 모르는 남처럼, 잘 가는 인사도 없이"
"이 밤이 새면 첫 차를 타고 이름 모를 거리로 떠나갈 거예요"
어려서부터 이별하는 노래를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노래 가사나 영화에 나오는 연인들은 이상하게 잠을 자고 나면 아침에 꼭 헤어지거나 한 사람이 먼 곳으로 떠났습니다. 심지어 다음날 아침 입대를 하는 놈도 있었죠. 저는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해 놓고 왜 헤어지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던 거죠. 그러다가 스무 살이 넘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나쁜 사회인들을 다수 만나면서, 강철수의 성인만화가 그저 야하기만 한 게 아니라 매우 슬프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은 뒤부터 그 노래 가사와 영화 대사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게 되어 버린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도 내가 보고 싶은가요?"
아내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함께 있을 때도 있고 다른 곳에서 눈을 뜰 때도 있겠지만 그래도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무조건 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 어떻게 보면 간지럽고 유치한 생각이지만 의외로 간절하기도 한 이 바람이 결혼식이나 혼인신고보다 훨씬 더 중요한 덕목이라는 깨달음이 가슴을 뻐근하게 했습니다. 서로를 만나기 전에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이 그였으면 했습니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그냥 미소 짓고 웃음이 나오는 그런 존재가 서로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수 년째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보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예전만큼의 애틋함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저는 아직도 아침이면 아내가 궁금해서 밤새 잘 잤느냐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 아내는 "오줌 마려운데 참고 있었다. 어서 나를 일으켜라.@라는 말로 분위기를 깹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내와 이렇게 애정 어린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어서요. 남들보다 오래 같은 시간을 지내는데도 여전히 지겨워하지 않으니까요. 눈곱 끼고 부은 얼굴을 마주하고 낄낄대며 웃을 수 있어서 말입니다.
*오늘의 띄어쓰기 :
보조 동사로 쓰이는 '버리다'는 띄어 씁니다. 즉 '이미 밥을 먹어 버렸다' 같은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