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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성준 Jan 24. 2022

얼굴이 보고 싶다

골목에 담배꽁초를 처음 버린 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월요일 아침. 외출하는 아내를 따라 나가서 명태콩나물국밥을  먹고 들어왔다. 아내와 나갈 때도 골목이 지저분하다는 얘기를 나누긴 했지만 들어올  다시 보니 여간 심란한  아니었다.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가 빗자루와 쓰레기를 들고 다시 나왔다. 담배꽁초는 물론 광고전단과 플라스틱 , 빨대, 심지어 개똥도 있었다. 쓰레받기에  담기 힘들  같아 아예 반쯤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왔다. 목장갑  손으로 광고전단과  플라스틱 , 비닐포장지, 빨대 등을 주워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개똥이 제법 많았다.


 빗자루질을 하면서 여기 버려진 쓰레기  제일 먼저 버린 사람은 누굴까 생각해 보았다. 깨끗한 골목에 담배꽁초나 비닐포장지를 버리는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   있다면 얼굴을 보고 싶었다. 평범하거나 심지어 선량하게 생겼을 것이다. 매번 똑같은 곳에 개똥을 누이고 사라지는 사람의 얼굴이 특히 보고 싶었다. 어떤 남자가 오길래 빗자루질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다. 남자도 나를 외면하고 지나갔다. '담배는 피워도 꽁초는 버리지 맙시다'라고 작년에 내가  붙인 글씨 밑에서 뒹굴고 있는 담배꽁초가 나를 비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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