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4년 전 꽃말에 대해 썼던 글을 찾았습니다

by 편성준




날이 풀렸길래 몇 년 전에 내가 꽃말에 대해 썼던 글이 생각났다.


<꽃들의 말>


최근 학계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꽃들도 언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꽃들의 말을 번역하는 '꽃말 번역기 - 스피킹 플라워스'까지 함께 개발했는데 이미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에 꽃들이 전한 말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발표는 아니지만 유비통신에 따르면 수선화는 "내가 언제 고결과 자만을 얘기했다고 그러냐? 억울하다"라는 심정을 토로했고 국화는 "시대에 뒤떨어지게 정조, 순결이 웬 말이냐"며 엄중 항의했다고 전해진다.

한편 개나리는 "내가 희망을 얘기한 것은 맞다"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백합이 "나는 순결이라는 단어 속에 들어있는 남성중심 이데올로기를 극히 혐오한다. 내 꽃말이 순결이란다. 꽃말협회를 상대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이 소동을 전해 들은 해당화가 "이기고 지는 일은 다 허무한 것인데 피고 지는 것만 알던 꽃들까지 인간에게 물들어 이제 이기고 지는 것을 논한다"며 개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글이 좋긴 한데 너무 긴 것 같아서 좀 더 짧게 써보았다.


<꽃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꽃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피고 지는 것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꽃들이 걸을 수 있다면

울긋불긋 쇼핑센터보다는

녹색 물든 강가로 나갈 것이다


꽃들이 읽을 수 있다면

자기계발서보다는

시집을 읽을 것이다


꽃들이 사람이라면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별이었을 것이다


2022. 03.12 편성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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