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있는 사립대 교수입니다. 임용된 지 몇 년 안 되는 신임 교수이지요. 교수가 되기 전에 직장에 다니며 대학원 공부를 했습니다. 게다가 시간강사 일까지 겸하며, 옆에서 보면 안쓰러울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공부를 해서 마침내 대학교수가 되었습니다.
합격 발표를 확인했을 때가 기억이 나네요.
2020년 2월 xx일.
아침부터 수술이 잡혀서 아마 확인하기 힘들 아내를 대신해서 당연히 남편인 제가 합격확인을 위해 대기를 합니다.
아침에 출근하고 9시부터 컴퓨터에 앉아 대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그때부터 몇 번이나 새로고침을 했는지 모릅니다. 드디어 공지사항에 새로운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 2020년 전임교수 합격자 공고’
떨리는 마음으로 클릭을 하고 확인을 했습니다.
‘xx학과, Yxx 님. 합격하신 분들은 축하드리고 2월 xx일까지 제출서류를 첨부해 보내주세요."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휙휙 지나갑니다. 1년에 채용공고가 나오는 곳을 추려서 원서를 낸 곳만 10군데 정도 됩니다. 거기서 1차 합격을 하고 나면, 2차로 공개강의평가를 합니다. 공개강의 평가 준비로 몇 주간 잠도 못 자고 씨름을 합니다. 2차 공개강의도 합격이 되면 3차로 총장 면접을 봅니다.
운 좋게 총장 면접까지 가게 되면 기대감이 200배 높아집니다. 그렇게 3~4년을 떨어졌습니다. 1년에 몇 번씩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그 감정의 여파는 1달이 넘게 갑니다.
이게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내에게는 그냥 지금처럼 하자고. 지금도 충분하다고 말은 하지만, 여태 해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합격 발표 공지를 확인하고,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 처갓집, 동생, 처남 할 것 없이 생각나는 대로 전화를 했습니다.
“ 합격이래요! XX이 교수됐어요!”
결국 아내에게는 마지막으로 합격 소식을 알리게 되었습니다.
뛸 듯이 좋아하던 아내의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이제 신임교수 티를 벗어나 몇 년 차 교수가 된 아내는 여름이 다가오면서 바빠집니다.
이렇게 표현을 해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신입생 모집 영업을 해야 하거든요.
모든 학교가 다 그럴 거라고 생각은 안 합니다. 하지만 지방에 있는 대학교는 어디든 비슷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매스컴에서도 매해 나오는 뉴스가 있습니다.
출산율이 낮아졌습니다.
학생수가 적어졌습니다.
수능 응시자가 줄어들었습니다.
지방 고교생 중 40% 이상이 수도권 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방대학교에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아 미달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생수가 줄어들다 보니 전국 고등학교를 다니며 입시설명회를 해야 합니다.
협조적인 고등학교가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학교도 많습니다.
강의에 열정을 쏟아야 할 교수들이 입시설명회까지 해야 합니다.
‘내가 너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걸까? 당연히 할 일인 걸까?’
고자세의 입시담당 선생님에게 상처받는 경우도 생깁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한숨이 나옵니다. 학생들 모집을 못한다고 해서 표면적으로 불이익이 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고3 학생들의 원서를 많이 받아오는 게 교수의 능력이 되어버립니다.
“교수가 왜 학생 모집에 열을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네! 스트레스받아. 이러려고 교수가 됐나?”
“그러게 말이야. 학교에서 아예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하던지. 내가 봐도 전체적인 마케팅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유튜브,페북, 인스타 같은 거 SNS도 좀 적극적으로 하고, 평생교육원 홍보를 좀 하던지.. “
요즘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학교를 잘 홍보할 수 있는지 함께 고민을 하네요.
그렇게나 싫어하는 아내였는데
“오늘은 원서 4개나 받았어”
하고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지어주지만, 씁쓸한 기분은 어쩔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