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하지 않은 나의 미니멀 라이프

by 망고아미고

미니멀하지 않은 나의 미니멀 라이프


얼마나 오래전 일일까?

26살, 대학을 졸업하고 돈을 벌기 시작함과 동시에 독립을 했다. 대전에서도 충분히 직장을 다닐 수 있었지만 독립을 하고 싶어서 다른 지역으로 취업을 했다.

처음 독립생활을 시작한 곳은 1500만원짜리 전세, 작은 베란다조차 없는 반지하 원룸이었다.

화장실 하나 딸려있는 집에 매트리스, 노트북, 옷을 거는 행거, 세탁한 옷을 말리는 건조대, 식탁 겸 책상으로 쓰인 협탁이 전부였다.

본가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이곳은 좁았다. 아주 많이 좁았다.

이때부터 나의 미니멀 라이프가 시작된 것이다.

신발장이 없는 곳이었기에 신발도 구두, 운동화, 슬리퍼 3켤레가 전부였고, 옷도 보관할 곳이 없었기에 자주 입는 옷만 가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불편하다는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신경 쓸 것이 줄어서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큰 집으로 옮길 때도 그 물건들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 늘어난 40대가 된 지금은 미니멀하다고 할 수 없는 생활을 한다.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미니멀 라이프는 거의 불가능하다.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은 항상 부족하니까. 게다가 아내는 미니멀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내 생활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소비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그 뜻을 존중할뿐더러, 극히 공감한다.

소비는 그런 것이니까. 나를 조금 더 편하게 해 준다면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많은 의논 끝에 결론이 났다.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한 생활과 아내가 추구하는 소비의 원칙은 아주 쉬운 방법으로 해결이 됐다.



서로를 위한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했다.





이젠 꼭 필요한 것은 고민 없이 들인다. 하지만 하나가 들어오면 같은 용도의 하나를 없앤다.

그래서 그 물건을 구매하는데 어지간하면 가격과 타협하지 않는다.

선택한다면 절대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것을 산다. 타협하지 않고 하나를 사더라도 가장 좋은 것을 산다.

가격과 타협을 해서 가성비를 선택하면 항상 후회를 하고 조금 싼 물건을 샀으니 다른 하나를 더 사도 괜찮지 않아?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 개의 물건을 오래 못쓰는 이유가 있다. 그 물건에 대해 아쉬움이 남아서이다.

아쉬움이 없도록 자기 기준에서 최고의 물건을 구매해서 쓴다. 나와 나의 환경과 타협하지 말고 최고의 제품을 선택한다. 그러면 같은 용도의 다른 물건은 필요가 없다.

차라리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하여 다른 것이 절대 눈에 들어오지 않게 한다.

아내도 나름 이런 소비에 만족을 하는 것 같았다. 가장 좋고 비싼 물건을 사서 그런가..? ^^


이렇게 소비를 해 보니 아주 만족스러운 소비가 되면서 의외로 금전적 여유가 더 늘어났다.

점점 공간의 여유도 생기고 남은 돈으로는 경험적 소비를 하고 있다.

여행이나 배움처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에 소비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나의 사고력을 올리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것이 미니멀 라이프이다.

현대사회는 정보 과잉 시대이다.

이런 정보 과잉 시대에는 우리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주변의 필요 없는 물건을 줄임으로 온전한 나의 공간만이라도 생각할 물건을 없앰으로써 사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공간만큼은 비워두려고 항상 노력한다.

또 하나, 우리 머릿속의 쓸데없는 생각을 밀어내는 것이 명상인데, 그것 또한 정신적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크리에이터, 글을 쓴다거나,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들한테는 더욱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계속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주변의 물건들 때문에 창의적 사고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꼭 다른 이유가 아니더라도 나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미니멀 라이프는 필요하다.


환경을 위한 레스 웨이스트가 아니더라도,
옷 몇 벌로 1년을 보내고, 신발 하나, 볼펜 하나로 생활하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나의 정신적, 물리적 자유를 위한 미니멀리스트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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