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이 나의 마음속에 들어왔다.

달리기 1일 차

by 망고아미고


3kg이 늘었다.


짧지 않은 안식년을 즐긴 후 일을 다시 시작하고 초반에 빠진 살들이 이제 다시 원상복구가 되었다.

살이 찌지 않는 체형이지만, 운동을 안 한지 꽤 지나 뱃살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뭔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할 것 같다.

헬스는 꽤 오래 해봤고, 회사 옆 건물에 마침 주짓수 도장이 있어서 찾아가 상담을 받아보니 시간이 안 맞는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계속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일요일 가족과 함께 문경에 있는 ‘오미자 테마 터널’로 나들이를 가는 중 차도 옆으로 열심히 뛰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짧은 반바지를 입고 고글을 쓴 채 뛰는 모습은 너무나 멋져 보였다.

반바지 밑에 보이는 갈라지는 근육과 슬림한 몸으로 다리를 쫙쫙 내딛으며 지나가는 무리들.

이거다.


러닝이다.

그렇게 난 뛰기로 결심했다.





난 무릎 환자다.


2020년 봄, 새로 들어가는 아내의 연구실로 필요한 짐을 옮기다가 무릎이 아주 살짝 틀어짐을 느꼈다.

한 2주 정도 통증이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지나갔다. 그 이후로도 몇 달 정도 괜찮았는데 갑자기 어느 날부터 다친 왼쪽 무릎 뒤쪽이 당기기 시작했다.

평상시에는 괜찮은데 무릎의 각도가 예리하게 굽혀지거나 하면 찌릿함이 느껴졌고, 조금 오래 걷는다 싶으면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첫 번째로 정형외과를 찾아갔다.

엑스레이를 찍어봤지만 뼈에도 이상이 없고, 특별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되어 두 번째로는 한의원을 갔다. 그 한의원에서도 특별한 이상 소견도 없다고 하시고는 침과 물리치료를 권하셨다. 몇 달씩 치료를 받았지만 도통 차도가 없었고, 치료를 그만두고 운동을 시작했다.

아파트 지하에 있는 주민체육센터에서 헬스를 시작했다. 통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신기하게도 스쾃을 할 때는 전혀 통증이 없었다.

하고 나서 다시 통증이 찾아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병원을 찾았고 처방받은 아세롱을 복용하니 귀신같이 통증이 사라졌다. 의사 선생님은 약을 쓰지 않을 때 통증이 오고, 1년이 넘게 통증이 지속되는 걸 보니 퇴행성 관절염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mri를 찍어보지 않은 이상은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만성관절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달리기를 하면 안 되는 건가?

하지만 러닝이 하고 싶은데.

관절염과 무릎 통증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내가 스스로 납득해야 했다.



여러 권의 책을 읽고, 인터넷도 열심히 뒤졌다.

관절염과 러닝과의 상관관계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견들도 많다.^^)

러닝이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관절염과 러닝이 상관이 없다는 사실만 눈에 들어왔다.



점점 러닝의 장점을 찾기 시작한다.

달리기를 하면 무엇이든 쉽게 포기하지 않는 강인한 마인드셋을 가지게 된다.

인내심이 강해지고 체력과 지구력도 엄청나게 강해진다.

박지성과 같은 심장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나는 파워풀한 독서와 글쓰기로 극복을 했지만, 달리기를 시작했다면 시너지 효과로 인해 더욱 쉽게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운동복과 운동화만 있으면 된다.

달리기를 하면 이런 경제적인 운동이 어디에 있을까?

달리기를 하고 싶어 지니 장점만 보인다.

운동화에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온통 구두 투성이다.

운동화라곤 헬스 할 때 쓰던 아디다스 니찌 단화와 2년 전에 커플로 샀던 아디다스 검은색 오즈위고 두 개뿐이다. 아직 시작도 하기 전에 뭔가를 산다는 것은 안 될 말이지.


오즈위고면 충분하지. 유튜브를 검색해 보니 일단 초보 러너에게는 런데이라는 어플을 추천하고 있다.

그 어플의 30분 달리기 도전 코스부터 해야 한단다.

30분 동안 달리기가 쉬운 건지, 힘든 건지조차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가을이 들어서 긴소매를 입은 첫날, 출근 전에 운동화를 신고 집 근처 자전거 도로에 섰다.

맑은 아침 공기에 살짝씩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싱그럽다.

엄청한 기대를 가지고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5분 남짓 뛰었을까? 벌써 숨이 조금씩 차오른다. 왼쪽 다리도 오른쪽과는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

헬스장에서의 힘듬과는 결이 다른 힘듬이다.

하지만 숨이 찬 이 느낌이 너무 좋다.

무릎이 걱정되긴 하지만, 앞으로 더 고장이 나는지, 튼튼해지는지 지켜봐야겠다.


1주일에 3번만 아침에 러닝을 하자. 그리고 러너가 되자.

누군가 어서 빨리 나에게 취미를 물어봤으면 좋겠다.


취미가 뭐예요?
아! 제 취미는 독서랑 글쓰기인데요.
그런데 요즘은 러닝에 빠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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