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아니면 진짜 힘들 뻔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공감하실 겁니다. 나중에 작은 책방 주인이 되고 싶다.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그런 삶을 꿈꿨습니다.
책이 팔리지 않아서 먹고사는 데는 문제없는 그런 책방 주인.
저도 그런 사람입니다.
읽다 보니 쓰고 싶어 졌습니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작가와 정신적인 교류를 합니다. 그들은 책을 통해 우리와 대화를 합니다.
그렇게 많은 작가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궁금해졌습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대화를 걸어보고 싶다.
마침 아내의 이직을 핑계로 백수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아짐과 동시에 스트레스도 많아졌지요.
시간의 지남에 따라 가장으로서의 중압감과 주변의 시선들이 짓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에 쌓여있는 나쁜 생각들을 없애는 방법은 없었습니다. 단지 그 나쁜 생각들 대신 다른 생각으로 머리를 채워야 했습니다.
책을 읽었습니다. 읽고 서평을 썼습니다. 그러다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책을 보면서 느낀 점과 배운 점을 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인스타 친구 분들 중 브런치 작가가 계셔서 브런치를 알게 됐습니다.
카카오 다음에서 하는 글쓰기 플랫폼인데, 글은 아무나 쓸 수 있지만 발행은 브런치 작가가 되어야 할 수 있다네요.
아무나 글을 쓸 수 없다니!
작가라니. 그것도 심사를 받아 통과를 해야 하다니.
갑자기 빛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거라도 해보자.
이때부터 머릿속에는 온통 브런치에 대한 생각뿐이었습니다.
‘이렇게 몰입을 할 수 있다니. 황농문 박사님의 ‘몰입’ 이 여기서 빛을 발하는구나.’
브런치에 떨어지고 합격하는 꿈을 수십 번을 꾸기고 했습니다. 좋지 않은 생각들은 사라지고 얼굴에 생기가 돌았습니다.
평소에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못했던 이야기.
말하고 싶은데 창피해서 못했던 이야기.
상대방이 비난할까 무서워서 못했던 이야기.
열심히 써서 신청을 했습니다.
처음 브런치 심사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합격을 하면 나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처음 불합격 통보를 받고
‘뭐 한번 정도는 떨어질 수 있지. 하루에 브런치 작가 신청이 얼마나 많겠어? 그걸 소수인원이 판단을 하는 건데 쉽지 않을 거야.’
제목만 수정하고 다시 작가 신청을 합니다.
한번, 두 번 떨어지니 왜 떨어지는 게 궁금해집니다. 브런치 플랫폼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자기소개를 잘 써야 합니다. 글감이 많이 있고, 지속적으로 쓸 이야기가 많은 사람으로 소개합니다.
활동계획과 목차를 잘 써야 합니다. > 목차는 제목입니다. 사람들이 클릭할 수 있는 제목을 생각해서 책의 목차와 같이 나열합니다. (약간의 어그로성 제목이 필요합니다.)
누가 만든 지 모르는 저 가이드라인에 맞게 다시 새 글을 작성해서 다시 심사 신청을 했습니다.
브런치에 연달아 떨어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검색창에 브런치 합격후기를 찾아봤습니다. 그래도 왜 떨어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합격하신 분들이 거의 대부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블로그가 없어서?
역시 블로그였나?
떨어지는 이유를 외부에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자신감도 줄어들고,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브런치 운영진 원망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브런치에서 대한 열정이 식기 전에 한번 더 도전을 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읽었습니다.
글쓰기 관련 도서를 무작정 읽었습니다. 5권 정도를 읽고 나서 나의 글을 읽었습니다. 떨어지는 이유를 찾게 되었습니다.
글의 기승전결조차 없고, 문장도 길고 진부한 비유도 많았습니다. 심지어 오타도 있고요.
책에서 본 잘못된 글쓰기의 표본이랄까요.
그냥 거지 같은 글을 쓴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자기소개, 활동계획, 목차, 제목, 내용 수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글의 기승전결, 하고 싶은 말을 강하게 주장하고 오탈자만 고친 채 작가 신청을 다시 합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으로 인해 글쓰기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브런치 작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면 평생 몰랐을 수도 있겠다 생각을 합니다.
고맙습니다. 브런치.
글의 기본이 되었다면
자기소개: 궁금한 사람, 글감이 많아 보이는 사람,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표현한다.
활동계획 및 목차: 역시 글감이 많아 보여야 한다. 앞으로 쓸 글의 계획을 보여준다. 책의 목차와 같이 정리해서 쓴다.
EX) 또 이민병? > 물음표를 써서 궁금증을 유발
호주 이민 준비 중에 들었던 청천벽력 같은 소식. >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뭐지? 궁금증 유발.
대한민국 vs 필리핀 안경사 > 그래서 뭐가 다른 건데? 궁금증 유발
블로그가 없어도 브런치 작가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