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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Aug 15. 2017

인생은 즐거우라고 있는 거야.

인도 친구가 알려준 인생 명언

그날은,

아침에 눈을 뜨니 어두침침한 방안에 환한 태양이 빛을 조금씩 발하고 있었고, 아침 요가를 가기엔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열이 나서 머리가 아팠고, 그래서인지 기분이 우울했다. 끊임없는 상념이 머리 속에서 만들어져서 뭉게구름처럼 점점 크게 부풀려지고 있었다.


명상이란 머리 속의 헛한 생각들을 지워가는 것이라는데, 갠지스 강이 흐르는 인도 요가의 고장인 리시케시에서 난 이렇게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헛한 생각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나의 첫 요가 선생님이자, 이제는 친한 친구이기도 한 '요기 산딥'의 저녁 하타 요가 시간에서조차 끊임없는 생각이 떠올랐고 기분이 헛헛했다.


저녁 요가를 무거운 몸으로 어렵게 마치고는 갠지스강의 상류에 있는 긴 다리인 락슈만 줄라에서 스쿠터를 타고 산딥과 함께  람줄라 지역으로 이동했다. 스쿠터를 한 곳에 주차하고 갠지스강 주변을 거닐며 다른 친구들을 기다렸다. 산딥의 요가센터에서 만나 함께 요가를 하다가 이제는 편한 친구가 된 스웨덴에서 온 예술가이자 마음 치료사인 '카렌'과 갠지스강 바로 앞에서 '나마스떼'라는 채식 식당을 차린 네팔 친구 '프렘'이 오기를 기다렸다.


해가 지고 있어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는 갠지스강을 바라보며 천천히 걷다가 불빛이 환한 인도 사원으로 들어가서 인도의 백반인 '탈리'로 근사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빛나는 은빛 식판에 한아름 차려 나온 깔끔한 인도 정식인 탈리는 한순간 먹는 것에만 집중하게 하여 한때 흐렸던 내 마음을 점점 맑게 해주었다. 하얀 쌀밥에 렌틸 콩으로 만든 '달'을 한 움큼 넣어 손으로 비비고 야채 커리를 함께 곁들여서 입에 듬뿍 넣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그 고소한 맛에 입맛이 돌아와서 급기야 인도 밀전병인 로띠를 찢어 감자 커리에 담가 먹고 또 먹었다. 중간중간에 바삭하게 구운 '파파드'를 '와삭'하고 부셔 먹으니 점점 내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인도 정식 탈리

맛있는 음식을 함께 왁자지껄하게 먹으며 우리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커다랗게 웃으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첫 요가 선생님이자 친구인 산딥과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오히려 내게는 편안하게 느껴지는 친구 프렘 그리고 마음을 치료하는 친구인 카렌과는 이제 10년이 넘은 친구가 되었다.


스웨덴에서 온 미술가인 카렌은 43세라는 나이에 요가를 시작해서 이미 늦었다고 생각되는 나이에 요가 선생님이 되었다. 요가를 늦게 시작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작은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친구이다. 카렌이 얼마 전에는 갠지스강 앞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해 보았던 경험담 (아래에 놓인 사람으로 돌아가 겸손을 배우기 위해)과 스웨덴으로 돌아가서는 숲으로 들어가서 소박한 생활을 체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행동하는 명상가이자 예술가로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유쾌하고 꾸밈없이 깔깔대는 웃음소리로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스웨덴 여인 카렌


우리 넷은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신나게 웃으며 떠들다가 갠지스강 앞에 자리 잡은 조그만 주스 가게로 들어갔다. 때마침 망고 철이라 모두 망고 주스를 시키고는 흰색의 페인트가 벗겨지고 있는 낡은 나무의자에 앉았다. 라디오에서 갑자기 신나는 인도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고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글을 쓰고 있던 멋진 히피 여행자는 예~ 하며 멋진 감탄사를 날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건너편의 소심한 여행자는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를 내지 않고 웃었다.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우리들은 고개를 까닥이며 박자에 맞춰 다리를 흔들며 인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작은 창으로 갠지스강이 훤히 보이는 한평 남짓한 주스 가게에 앉아, 처음 만난 낯선 여행자들과 함께 친구들 사이에 앉아 있던 나는 기분이 점점 명랑해지고 편해지기 시작했다. 실없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재잘대었고, 소심한 내가 큰소리로 거리낌 없이 웃기도 했으며, 오래된 이 주스 가게의 내력과 콧수염이 이제 막 나기 시작한 잘생긴 주스 가게 청년에 대해서도 비밀 이야기를 하듯 쑥덕거리며 작은 소리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유쾌한 친구들과의 시간이 머리 속의 공허함을 갠지스강으로 흘러 보내 버린 듯 마음이 점점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늦은 밤 두대의 스쿠터로 나눠 타고 마치 오늘 밤 우리들은 갱스터가 된 듯 신이 나서 빠른 속력으로 강기슭을 내려갔다. 한참을 달려 집으로 오던 길에 앞자리에서 스쿠터를 몰고 있던 산딥은 말했다.

"인생은 즐거우라고 있는 거야. 다 잊어버려! 여기에 좋은 친구들이 있잖아!"

나 스스로 만든 상처를 나의 오랜 친구들이 단번에 치료를 해주었는지, 스쿠터 뒷자리에서 맑은 마음으로 고개를 드니 달이 환히 빛을 발하고 있었다.


달빛에 고즈넉이 반짝이고 있는 갠지스강을 건너 집으로 돌아가던 즐겁고도 아름다웠던 밤, 친구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나의 머리 속으로 들어와 다시 새롭게 채워 주었던 그 밤.


'인생은 즐거우라고 있는 것'이라는 인도 친구의 인생 명언을 가슴속에 다시 되뇌며 오늘 하루도 이렇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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