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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o Jul 15. 2019

인도를 왜 좋아하냐고요?

"할로! 마담"


인도의 수도 델리로 들어가서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들어가면 제일 첫 번째로 듣는 인사 소리이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호텔 직원들을 보고 있자면  더운 열기와 먼지로 찌푸려진 내 얼굴엔 금세 미소로 번지고 두 손 모아 합장을 하며 "나마스테"를 외치게 된다. 


혼자 델리로 들어오면 뉴델리 역 앞의 시장 지역인 '파하르간지' 중간쯤에 있는 가격이 저렴한 숙소를 잡지만, 아무래도 팀을 인솔할 때는 두 배로 비싼 가격의 숙소를 잡는다. 그렇다고 아주 훌륭한 호텔은 아니고 아담한 방에 에어컨과 커피포트가 마련되어 있고 아래층에 간단한 조식까지 포함된, 물론 같은 '파하르간지' 지역이지만, 뉴델리 역에서 좀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조용한 곳의 호텔로 옮긴다.


여기에서 내 이름은 "굿 마담 (good madam)" 또는 "리치 마담 ( rich madam)"으로 불린다. 


아담한 배낭 하나를 털썩 매고, 단순한 티셔츠에 낡은 청바지에 인도 스카프를 두르고 온 내가 왜 리치 마담으로 보이겠는가. 매해 인도 요가 팀을 이끌고 몇 번씩  델리로 들어오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내가 '부자 사장님'으로 보이는지, 내가 아무리 손을 휘저으며 "노노 (no no)를 외쳐도 그들에게 나는 굿 마담, 또는 리치 마담인 것이다. 

인도의 동네 구경

나는 매해 8월이 되면 델리로 들어온다. 인도 요가 여행 팀을 인솔하기 위해서이다. 미리 예약해 둔 호텔 점검도 하고, 공항 택시 예약이 잘 되어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해서 보통은 팀원들보다 하루 일찍 들어온다. 그리고 예약해둔 방과 택시를 점검하고는, 내 작은 배낭을 어깨에 들쳐 매고 조그만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곤 한다. 그러면 호텔에서 일하는 유쾌한 직원들은 서둘러 내 배낭을 빼앗아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여러 번 누르고는 빛나는 미소를 짓는다. 내가 필요 없다면서 배낭을 빼앗으려 해도 그들은 항상 나를 방으로 안내해준다.


배낭을 내려놓고는 이미 여러 번 와서 알고 있는 방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는  나는 급히 맥주를 주문한다. 곧 시작될 여행 인솔을 준비하기에 앞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거리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술을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보통은 직원들에게 맥주를 사다 달라고 주문을 한다. 골목 어딘가에 있는 쇠창살이 내려진 맥주 상점에 가려면 길을 걷고 또 걷고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난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인솔 시작 전에는 항상 맥주를 딱 한 잔만 마신다. 


침대에 걸터앉아 조금 쉬다 보면 조용한 노크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신문지로 곱게 싼 맥주가 방문 안으로 빼꼼히 들어온다. 호텔 직원에게 맥주 값과 약간의 팁을 쥐여주면 그들은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굳 마담, 리치 마담'하며 돌아간다.

불을 쬐며 편안한 잠을 자는 인도 강아지

그리고 두 번째로 향하는 곳은 바로 인도 유심카드를 만드는 작은 가게이다. 어두침침한 골목 한 곳에 위치한 작은 가게로 10년 전에 대학생 팀을 맡을 때 학생들의 유심카드를 만들면서 알게 된 곳이다. 이곳에도 거의 매해 가서 심카드를 만들고 있는데 매번 말도 없이 찾아가면 아주 감동적으로 반가운 음성으로 크게 뜬 두 눈과 함께 '나마스테' 하고 외친다. 그리고 해마다 바뀌는 인도의 유심 카드 만드는 법을 매번 자세하게 설명하여 준다. 

트럭 위에서도 나마스테

그러고 나서 역시 15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아주 작은 여행사에 들른다. 혼란스러운 시장 골목 구석에  있는 이 여행사의 작은 문을 열면 아주 작은 공간에 덩치가 큰 사내들이 옹기종기 붙어 앉아 답답하지도 않은지 항상 활짝 웃으며 일을 하고 있다. 예전에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살 수 없던 시절에 델리에서 방콕으로 가는 항공권을 이곳에서 사기도 했고, 팀이 들어올 때는 매번 이곳에서 환전을 했었다. 큰 그룹의 대학생 팀이 들어올 때는 거의 밤을 새우며 환전을 했을 때도 있었다. 큰돈을 바꿔야 해서 그때 처음으로 돈이라는 것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고, 돈에서 나는 냄새가 두 손 가득 베어서 한동안 돈을 보면 고개를 이리저리 저으며 다녔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지만, 그때 이 덩치 큰 사내들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 큰돈을 세기를 포기하였을지도 모른다. 

환한 미소의 인도인

여행사에서 환전을 하고 나오면 이제 팀을 받기 위해 공항으로 가야 할 때가 된다. 공항 메트로는 뉴델리 기차역 안에 있기 때문에 사이클 릭샤, 오토릭샤, 자가용, 택시, 소와 말, 때로는 거대한 코끼리가 지나가기도 하는 시장 골목길을 끝도 없이 걸어야 한다. 마침내 뉴델리 역 건물이 나오면 빨간 옷을 입고 나를 반겨주는 이들이 나온다. 바로 '쿨리'라는 짐을 날라주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여행자들을 보면 신기한 듯 그 큰 눈을 빛내며 쳐다본다. 내가 짐이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면 '노 프라블럼'이라며 반가운 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메트로를 타고 공항으로 가서 입장표를 사고는 공항 안으로 들어가면 멋진 호텔 제복을 입고 손님들을 마중 나온 호텔 차량 드라이버들이 멋진 피켓을 걸고는 입국장 앞을 매우고 있다. 그러면 나는 그들 사이로 살포시 들어가 '아망고 트래블'이라고 크레용으로 쓴 초라한 A4 용지를 숨기듯 든다. 옆에 있는 5 스타 호텔의 피켓을 훔쳐보기도 하고 드라이버들과  우스갯소리를 하다 보면 어느덧 손님들이 입국장으로 들어올 시간이 된다.


그러면 나는 옷매무새를 고치고는 까치발을 들고 '아망고 트래블'이 쓰여있는 종이를 높이 치켜 새운다.

바라나시, 갠지스강

인도를 왜 좋아하냐고요? 

이런 소소한 즐거운 일들이 항상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 특별하지 않은 에피소드와 같은 일들이지만 오래도록 인도를 오가며 생활하는 저에게는 이 순간순간이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인도 요가 여행을 테마로 '아망고 트래블'을 만들고 '인도에서 요가하며 여행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인도는 요가가 탄생한 나라이고, 제가 힘들거나 지칠 때 앞으로 향하게 만들어 주었던 '요가 여행'을 함께 하고 싶어 만든 여행입니다.

사원의 자원봉사자들

어제 처음으로 여의도에서 '마포 대교'를 걸어서 넘어 보았어요. 젊은이들이 많은 지역인지 그곳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다리에 쓰인 많은 글들을 읽으며 마음이 참 울컥하였답니다. 


인도 요가 여행은 단순히 인도에 대한 호기심 또는 요가를 배우고 싶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삶이 가끔씩 버겁게 느껴질 때 휴식을 취하려고 오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요가 여행이 삶을 변화시켜주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 때 나를 지켜주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잔잔한 쉼의 시간을 주기도 합니다.

제가 힘들었을 때 인도 요가 여행을 통하여 힘을 얻었고 다시 새롭게 나아가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답니다.


요가 여행 함께 하실래요?

바라나시 갠지스강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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