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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un 26. 2020

명상, 어디까지 해봤니?

: 가만히 눈감고 있는데 이게 명상 맞나!!!



난 명상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실 지금도 잘 모른다. 몇 권의 책을 사서 읽었고, 관련된 수업을 들었을 뿐이다.
명상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 매일 하고는 있지만 이게 맞는지 알 수가 없다. 의심을 하지 않으면 이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어느 날 머리에 상당한 청량감이 들 때면 ‘아! 이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시간을 길게 가진다고 해서, 오랜 기간 동안 반복한다고 해서 잘하고 제대로 하는 것은 분명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2017년 11월에 3박 4일 일정으로 공기 좋은 연수원에서 명상수업을 받았다. 회사에서 보내주는 과정이었는데 나는 그 과정 덕분에 내 인생에 큰 결정을 한 가지 하게 되었다.
그건 바로 내 삶의 비전을 문장으로 쓰게 된 것인데, 이건 내 삶에 아주 중요한 하나의 사건 같은 일이었다.

비전은 다른 말로 바꿔보면 인생의 청사진이다. 내 삶의 목적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상상하는 것이 바로 비전이다.  

나는 수년간 내 비전을 한 문장으로 만들고 싶어서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상상을 해보아도 비전이라는 것의 개념이 명확히 내게 각인되지 않았다. 흐릿했다. 대체 비전이 뭐지? 이런 생각에 내가 만드는 문장이 비전이 맞는지 자꾸 의심이 생겼고 급기야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몇 년을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살았는데, 그때 명상수업을 가서 명상을 배우던 그 시점에 나는 비전을 쓰게 된 것이다.

명상 때문에 비전을 쓸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내가 그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나는 비전을 쓰지 못했다.



[명상 수업 2일 차 오후]
일 없이 빈둥거리며 하루 종일 눈감고 앉아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몸이 제대로 쉬었는지 오랫동안 어깨를 짓누르던 통증도 싹 사라지고 몸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책을 읽으면 글자 하나하나가 살아서 내 머릿속에 콕콕 박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바로 디지털 디톡스였다. 항상 손에 들고 다니던 스마트폰을 3박 4일간 연수원 운영센터에 맡겨버린 것이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1인실 숙소에는 티브이조차 없다. 산속에 콕 박혀있는 연수원이라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그리고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뿐이다. 이렇게 속세와 완벽히 차단된 곳에서 이틀을 보내다 보니 내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맑았다.

수업이 끝난 늦은 저녁 나는 준비해 갔던 몇 권의 책 대신에 연수원 도서관에 있는 맘에 드는 책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캄캄한 밤 혼자 숙소를 나서 센터 구석구석을 배회했다. 그러다 내 눈에 덜컥 걸린 책 한 권이 있었다.

<비전으로 가슴을 뛰게 하라> - 켄 블랜차드

마치 내가 찾던 것을 연수원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제목에 비전이란 단어가 반짝반짝 빛나며 나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책을 뽑아 숙소로 돌아왔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그리고 너무너무 가슴이 뛰었다. 도저히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던 비전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이 책에서는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나는 쿵쿵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아침 다시 읽어봐도 계속 가슴이 뛴다면 그때 나는 비전을 쓰겠다고 생각했다.


[명상 수업 3일 차 새벽]
새벽 5시에 열리는 새벽 명상에 참여해서 한 시간 동안 명상을 했다. 여전히 이게 명상인가 싶었다. 싱잉 볼 소리에 눈을 감았고, 싱잉 볼 소리에 눈을 떴다. 이제 한 시간은 우습게 지나갔다. 근데 신기한 것은 그 한 시간 동안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멍~~~ 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였다.

새벽 명상을 마치고 사우나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아침식사 전까지 한 시간 동안 다시 어제의 그 책을 읽었다. 다시 읽어보니 더 명확해졌다.
그래서 나는 책을 요약하기 시작했다. 가져갔던 다이어리에 빼곡히 채웠던 것 같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나는 그동안 쓰지 못했던 내 비전을 썼다.


그때 명상수업이 후 지금까지 나는 거의 매일 새벽 10분 정도 명상을 한다. 오래 하고 싶지만 명상하는 시간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이 더 간절하기 때문에 10분에서 그친다. 가끔 쉬는 날이면 제법 오래 명상을 한다. 그런데 아직도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진짜 명상이 맞는지 모르겠다. 의심이 드는 이유는 무언가 차원 높은 새로운 명상의 세계가 있을 것 같은 기대 때문이다.

그때 내게 명상을 알려주셨던 코치께서 하셨던 말씀을 아직 기억한다.

“명상은 생각을 비우는 활동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하나씩 하나씩 걷어내는 것입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상태를 지속하는 것이며, 생각이 찾아든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입니다.”

매번 내 명상에 의심이 들 때면 강사의 저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내 머릿속 생각이 비워졌는지? 생각해본다. 머릿속은 쓰레기통이 아니라서 제대로 비워졌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10분이라는 시간도 참 긴 시간인데 어느 순간 알람이 울려 놀랄 때마다 제대로 하지 않았나 싶다. 또 틀어놓았던 빗소리가 사라지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설마 내가 졸고 있는 건 아니겠지? ^^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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