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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Mar 19. 2020

선택의 역설 (Paradox of Choice)

- 배리 슈워츠 - <사고의 오류> 중에서


선택의 역설 (Paradox of Choice)

 - 기술의 발전으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은 넓어졌지만, 이것이 오히려 소비자를 더 만족시키지 못하는 현상




내가 참여하고 있는 <생각의 비밀 독서클럽>에서 3월의 책으로 선정한 이 책 <사고의 오류>는 예상했던 바와 같이 무지무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이다. 보름 넘게 열심히 책가방 속에 들어있다. 한 챕터를 읽고 나서 한참 생각을 해보고서야 조금씩 이해가 될. 듯. 말. 듯. 하여 조금은 지치게 만드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도 아주 이해 못 할 내용은 아니라 하루에 한 챕터라도 꾸준히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200페이지 넘게 읽었는데, 읽었던 많은 내용 중 가장 내 관심을 끌었던 내용이 오늘 내가 꼽은 “선택의 역설 (Paradox of Choice)”이었다. 위에서 이 의미를 정의해 두었지만 다시 설명을 해보자면, “인간은 행복을 위해 선택의 폭을 넓히는 일을 해왔지만, 반대로 다양한 선택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라는 것이다.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문제라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나 역시 선택의 역설에 빠져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최근 구입한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256GB 모델을 선택할 때에도 11인치를 해야 하나? 12.9인치를 해야 하나? 고민했고, 12.9를 선택한 뒤에도 셀룰러냐? 와이파이냐?를 고민했고, 셀룰러를 선택한 뒤에도 용량을 고민해야 했다. 딱 한 가지만 출시했다면 이런 고민 없었을 텐데 하고 계속 생각하며 고민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예전에 Facebook CEO 저커버그가 회색 면 티와 청바지만 입는다는 이야기, 스티브 잡스가 터틀넥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만 신는다는 것도 모두 이 선택의 역설에 대한 회피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결국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더 좋은, 더 괜찮은 것을 선택한다고 하지만 선택지가 많을수록 우리는 더 나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심하게 된다. 결국 5개의 선택지에서는 20%만 얻는 것이고, 100개의 선택지가 있다면 1%만 취하게 되는 것이다.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고민은 많아지고 결국 그 고민의 다양함과 깊이는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 급공감되는 이론이다.



슈워츠는 이 챕터의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별 기대감 없을 때 행복해한다.”


이 문장을 읽고서는 우리 집에 서식 중인 장모 치와와 모카와 젤리가 생각났다. 처음 모카 한 마리만 있었을 때는 녀석은 집에 있는 모든 것이 자기 것인 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행복하기만 했다. 그러다 지난 연말 젤리가 집에 오고서는 한동안 녀석이 불행해 보였다. 독차지했던 사랑도 줄어들고, 챙겨주던 간식도 이제는 반씩 나눠주는 걸 보면서 녀석도 심란함을 느끼는 것인지 혼자서 집에 콕 박혀있는 때가 늘었다. 사실 이건 모카 자신이 선택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우리 가족)의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행복이 줄었다. (사실 진짜 그렇게 느끼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엄마가 젤리 몰래 모카에게 간식을 주거나 혼자 데리고 나가 드라이브를 시켜주면 좋아죽는다. 하물며 개도 이렇게 기대감 없을 때 무언가를 받게 되면 행복해하는데, 인간은 오죽할까?


이런 생각을 해봤다. ^^


-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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