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당신의 도구들 | 삼성맨의 자기계발법
앞선 몇 편의 글을 통해서 나는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와 함께 시간을 관리하는 18년 차 평범한 삼성맨의 경험과 생각을 나열해보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회사원이라면 분명히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모두 자신만의 방법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여러분들은 모두 어느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중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하나의 해석을 글로 표현해놓았을 뿐이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넘사벽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서 자신의 현재와 비교해보면 분명 현재의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작은 변화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마라톤을 완주할 수 없다. 신발끈 질끈 묶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 결국 완주의 마중물이다. 이 명징한 진리를 절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이번 챕터에는 매우 현실적인 업무에 필요한 도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글의 제목처럼 여러분은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타이탄의 도구가 있는지를 묻고 싶다. 검색을 잘하고, 엑셀을 잘 다루고, PPT를 잘 만들고, 프로그래밍에 소질이 있는 것처럼 아주 다양한 툴과 방법을 활용해 우리들은 일의 효율을 높인다. 타고난 손재주와 재능으로 무언가를 잘 다뤄서 시작부터 남다른 사람도 있지만, 처음 일을 배우는 사람들 대부분은 워드 프로그램이나 엑셀, 파워포인트 같이 흔히 회사에서 사용하는 생산성 도구 사용에 서툴다. 취업 전 관련된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을 통해 미리 이런 툴에 익숙해지면 좋겠지만 여러 스펙들을 준비하기도 벅찬 시대이다 보니 이런 것까지 준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분명 이런 생산성 도구를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되면 여러분은 도구에 서툰 사람들보다 몇 미터 앞선 곳에서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연차가 쌓이다 보면 대부분 일정 수준에 오르기 때문에 처음 1년 정도가 그 차이를 보이는 기간이다. 그래서 만약 이 도구들의 사용이 서툴다면 1년 정도의 기간 안에 빨리 도구의 활용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도구는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수단일 뿐이다.
사원 시절 이 사실을 명확하게 인지시켜주신 과장님이 있었다. 당시 나는 부서에서 엑셀을 제법 잘 다루는 편에 속했다. 단순히 함수를 잘 사용하고 여러 기능을 활용해 데이터 정리가 남들보다 빨랐던 것을 넘어서서, VBA라는 엑셀 내 프로그래밍 기능을 통해 반복적인 데이터 작업을 엑셀 시트에서 버튼을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구현해 낼 수 있었다. 동료들이 매일 반복적으로 몇십 분씩 걸려서 처리할 일을 며칠간 열심히 고민해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두면 다음날부터는 버튼을 누르는 1초 외에는 다른 노력이 필요 없게 되는 일종의 업무 간이 자동화였다. 이 기술은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부서에서 일을 하는 나에게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되었고, 나는 리더의 소개로 여러 파트를 돌아다니며 비효율적인 엑셀 업무에 대한 자동화를 지원했다.
그렇게 몇 개월을 이 업무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이 방향으로 업무를 전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상사와 면담 중에 "엑셀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때 과장님은 내게 엑셀은 하나의 업무 도구일 뿐이라고 말하며, 엑셀에 갇히면 안 되고 더 다양한 일을 하면서 현재까지 다듬어놓은 엑셀 기술을 접목해볼 것 제안했다. 나는 이 조언을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엑셀 프로그래밍 실력을 발전시키는 것은 그 수준에서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부서에 데이터베이스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었고, 65,000행에 머무르던(당시 엑셀은 65,536행이 최대였다) 데이터에서 무한대로 데이터의 양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과장님께서는 내가 엑셀을 잘 다룬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시기에 맞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 전환을 유도해주셨다. 그렇게 되면서 당시 처음으로 배우게 된 DB(Database)와 프로그램 언어를 통해 지금의 내 보직인 DataBase 운영 프로그래머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학창 시절부터 컴퓨터를 좋아하긴 했지만 프로그램엔 문외 안이었다. 고작 다루는 것들은 한글 프로그램 정도였고 컴퓨터를 활용하는 것은 대부분 오락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하지만 처음 삼성에 입사해서 선배들이 멋지게 엑셀을 활용하는 것을 보고 자극받아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책을 구입해서 독학을 시작했던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나의 첫 타이탄의 도구는 엑셀이었다. 다행히 남들과 비슷한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엑셀을 깊이 있게 공부했기 때문에 다른 툴로 넘어갈 때도 진입장벽이 낮았다. 당신이 일반 사무직 회사원이라면 엑셀 같은 스프레드시트가 업무에서 주로 활용할 도구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 엑셀을 사용하지 않는 회사는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오죽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 기업에 엑셀만 팔아도 평생 망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엑셀은 파워풀하고 활용도가 높다.
개인적으로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가 되려면 어떤 도구를 가장 먼저 배워야 하는지 묻는다면 1순위로 엑셀(EXCEL)을 추천한다. 그리고 하나를 더 꼽으라고 한다면 프로그램 언어 하나를 제대로 배워보라고 귀띔해주고 싶다. 이공계 계열이 아닌데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굳이 프로그램 언어가 필요할까?”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프로그램 언어를 활용해 반복성 업무를 줄이는 생산성 향상 활동도 좋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은 내 생각을 순차적이고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방법을 배우는 활동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단계적으로 생각(사유, 思惟)하는 기술을 깨우치게 된다.
컴퓨터는 논리회로다. 0과 1의 디지털 신호로 메시지를 입력받아 의사 결정하고 일을 처리한다. 디지털이기 때문에 사람은 실수를 해도 컴퓨터는 실수하지 않는다. 사람이 만든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할 뿐이다. 그래서 컴퓨터의 활용이 시작되면서 제조공장에서는 제품을 생산할 때 비싼 초기 비용을 투자해서라도 자동화를 하는 것이다.
프로그램 언어는 내가 작성하는 한 줄 한 줄의 명령에 따라 순차적으로 기계에 명령을 내리고 답을 얻는 과정을 반복하도록 구현하는 툴이다. 내가 상상한 대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컴퓨터가 인식하는 언어로 구현하다 보면 멈춰있던 기계가 작동한다. 더구나 인간보다 몇 배 빠르고 쉬지도 않는다.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 언어 하나를 제대로 배워두면 문제 해결 능력이 좋아지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 일상에서 반복되는 수작업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요즘 초등학생들에게 코딩 열풍이 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논리적인 사고력의 향상과 더불어 미래 산업의 핵심 역량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1순위 기술이 된 것이다.
혹시 조금 더 디테일한 일잘러가 되고 싶다 생각한다면 색채 감각(색감)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색상은 명확하지만 주관적인 영역이라서 디지털보다는 감성으로 접근해야 하는 분야다. 앞서 말했던 엑셀이나 코딩과는 정반대의 영역이다. 색을 잘 알고, 조화롭게 다룰 줄 아는 것은 아주 커다란 무기가 된다. 애플이나 삼성의 스마트폰 색을 보라. 선점하는 색상 하나에 제품의 판매량이 수십 배 차이가 난다. 색상 한 가지에 말이다.
여러분의 연차가 쌓여 직급이 높아지다 보면 점점 더 보고서 작성의 비중이 높아진다. 워드나 메일로 진행하는 보고서에서는 색상 선택이 단출하다. 하지만 파워포인트 같이 프레젠테이션 도구를 사용하게 되면 좀 더 다양한 색을 활용하게 된다. 물론 많은 색을 사용하면 어지럽고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에 3~5개 색상으로 보고서를 꾸민다. 보통은 폰트는 통일하고 글자의 크기와 색상으로 강조/ 주의/ 참조 등을 구분한다. 이럴 때 단순히 빨강/ 파랑/ 회색 같은 것보다 자료와 첨부된 사진에 어울리는 색을 뽑는 감각이 있으면 매우 도움된다. 똑같은 자료라도 색깔 몇 개에 전혀 다른 느낌의 자료로 변한다. 화려한 효과는 지양해야 하고 심플하면서도 차분하고 주위를 집중시킬 수 있는 컬러를 배치할 수 있는 감각을 갖추는 것 그것이 바로 색채 감각을 익히는 목적이다. 이 감각은 다양한 종류의 자료를 관찰하고 여러 사이트를 뒤지며 색상에 관심을 갖는 방법밖에 없다.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이런 디테일에 관심이 없다. 그냥 프로그램에서 지원하는 색으로 칠하고 줄을 긋는다. 하지만 자료를 많이 봐오던 리더들은 자료의 정돈 상태와 색상만 봐도 작성자의 노력을 가늠할 수 있다. 물론 색상만으로는 안된다. 제대로 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전제다. 이 자료에 화룡점정으로 색을 더할 수 있다면 당신은 충분히 업무능력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색상 감각은 분명 여러분을 경쟁자들보다 돋보이게 할 것이다.
비단 내가 언급한 것들 외에도 매우 다양한 도구들이 존재한다. 이번 글에서는 업무용 도구 관점에서 언급했을 뿐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의견을 내고 지시를 받고 고민하고 판단하여 행동을 통해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의 반복이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내 결과물을 좀 더 정확하고(생각) 빠르고(툴을 다루는 능력) 보기 좋게(디테일) 만드는 것이 바로 여러분의 실력이다.
지금 이 순간, 매일 습관적으로 처리해오던 자신의 업무를 되짚어보자. 그리고 자신이 주로 활용하던 도구를 떠올려보자. 여러분은 이 도구를 몇 % 정도 활용할 수 있는가? 주위 동료들이 이 툴을 다루는데 문제가 생기면 구글 대신 여러분을 찾아오는가?
아주 사소한 툴이라도 내가 전문가가 되어보겠다는 의욕과 실천이 여러분의 일을 대하는 태도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여러분 모두가 일잘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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