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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태 Jun 03. 2021

다시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 5월에 만난 변화와 기대감에 관한 글



코로나 여파로 매주 들르던 집 앞 도서관에 발길이 끊겼다. 그게 벌써 1년을 훌쩍 넘겼다.


1년 전 그곳에 신청해둔 사물함은 열람실의 폐쇄와 개방의 잦은 변경으로 예측불허의 상황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 주변의 다른 도서관들은 출입자를 제한시키면서 한시적으로 개방했다. 하지만 내가 주로 이용하던 집 앞 도서관은 시청의 한 공간을 빌려 운영되고 있는 관계로 민원인들의 출입과 시청 공무원들의 감염병 예방의 이유로 이용 시간을 매우 제한했다. 주중은 18시, 주말은 아얘 운영하지 않는다. 즉, 8시 출근 18시 퇴근하는 내가 이 도서관을 이용할 방법은 없다. 그래서 나는 1년 넘게 이 도서관에 발길을 끊었다.


물론 근처 다른 도서관으로 가면 된다. 하지만 나는 시기적절하게도 쉴 핑계를 찾았기에 스스로에게 당위성을 부여했다. 불안함인지 걱정 때문인지 습관 덕분인지 그래도 책은 읽어야 했기 때문에 책 구입 비용이 제법 늘었다. 물론 서재에 쌓인 책이 늘었지 읽어낸 책이 늘지는 않았다.


이런 시간을 보내다가 지난달(5월) 집 근처에 새로 지어진(약 2년 전 완공) 도서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가는 책이 몇 권 있었는데 집 앞 서점에 그 책이 없었다. 무작정 구입하기보다는 목차라도 제대로 훑어보고 구입하고 싶었다. 검색을 해보던 중 그 도서관에 책이 비치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주말을 이용해 그곳을 방문했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가겠다고 말했더니 요즘 공부에 약간(?) 취미를 붙인 따님도 따라나섰다.


잘 정돈된 주차장에 주차했다. 출입구가 어딘지 몰라 건물을 한 바퀴 돌았다. 코로나 예방 목적으로 출입구를 한 곳으로 통제하고 있었던 탓이다. 덕분에 건물 전체 외관을 눈에 담았다. QR Code 체크인을 하고 체온을 재고 손 소독을 했다. 단층으로 구성된 크지 않은 도서관이었지만 깨끗하고 차분했다. 열람실이 별도로 있지 않고 자료실 곳곳에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사방에 펼쳐진 창을 따라 앉아서 공부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기다란 테이블이 둘러져 있었다. 코로나 덕분에 큰 테이블은 2명이 사용하도록 의자가 지그재그로 배치되어 있었다. 따님과 나는 한 테이블에 자리 잡고 각자의 과업을 시작했다.


보통 커피숍에서 독서할 때는 주변의 소음 때문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꽂고 파도소리나 빗소리를 들으며 책에 집중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어폰을 꽂는 것은 답답함을 불러왔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이어폰을 빼고 눈과 귀를 쉬어주곤 했었다. 하지만 도서관은 조용했기 때문에 이어폰이 필요없었다. 그래! 도서관은 원래 조용했었지. 당연한 것들이 낯설게 다가왔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번호를 붙여 구분되어 있는 책장을 보고 있으니 학창 시절 미팅을 나서는 마음처럼 설레었다. 봤던 책, 보고 싶었던 책, 못 보던 책 등 다양한 책 제목들이 내 눈을 청량하게 만들었다. 책 욕심은 누구 못지않아서 절반도 둘러보지 않았는데 손에 쥔 책이 10권이 넘었다. 다 읽지도 못하면서 내 것인 양 욕심을 부려 책상 앞에 놓고서는 목차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도서관을 방문하다 보면 독서를 계획했던 책 보다 갑작스레 눈에 들어오는 책에 관심이 가는 경우 많다. 또 그런 책들을 먼저 읽게 된다. 제목이 섹시하거나 좋아하던 작가의 신간을 우연히 보게 된 경우가 그렇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설렘, 오랜 친구를 우연히 만난 반가움과 비슷하다.


이렇게 새롭게 방문한 도서관 덕분에 나는 예상보다 많은 책을 읽었고, 생각지 못한 책을 읽었고, 고려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사소했는데 결과는 제법 묵직했다. 권수를 따지지 않았지만 보통 한 달에 3~5권을 읽다가 13권을 읽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림과 영화로 관심이 번졌다. 전자책에 관한 관심이 생겨 요즘 유튜브에서 내가 밀고 있는 “일 잘하는 사람(일잘러)”에 관한 콘텐츠를 전자책으로 출간해보기로 마음먹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또, 다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행동을 재개했다. 이렇듯 시작은 예전에 했던 일, 주말이면 도서관을 찾던 일을 다시 시작했을 뿐이었는데 조금씩 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행동이 생각으로 생각이 다시 행동으로 순환되고 있는 것이다.


발터 벤야민은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행간에 머무르고 거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평소보다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다양한 생각을 했다. 생각 속에서 기회와 경험을 발견하고 행동으로 옮겨보고 있다. 텍스트 속에서 머무르며 뭉게뭉게 생각을 피웠던거다. 항상 해오던 일상같은 활동인데 신선하게 느껴진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


한 달을 정리하고 새로운 한 달을 계획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를 또 다른 모험 같은 상상력의 문장을 기대해본다.


즐겁다.   


- 브런치 작가 김경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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