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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Mar 08. 2022

몸과 몸으로 연결된 가족

- 장롱 속 숨겨있는 묵은빨래 같은 돈이 있는가?-

몸이 이상해지면 병원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면 찻집에 간다

Y

연말이었다.딸은 직장일에 결혼에 임신에 인생 최고 바쁜 한해였다. 모처럼 얻는 휴가를 위해

큰 맘 먹고 가장 핫하다는 스키장근처 유명 펜션에 오래 전 부터 예약해 놓았다. 건축상까지 받은 유명 팬션으로 찻집이 아닌 순수한 내 개인 취향의 집을 짓는다면 카피해오고 싶은  중정이 있는 펜션이었다.

숙소 들어가기 바로 전까지도 일하다 들어왔다고 했다. 정말 모처럼 배속 태아와 남편과 오롯이 자기 가족만의 여유를  즐기고 느긋하게 늦잠을 즐기려는 중인데 ...

 

" 병원이라고? 알았어. 나 멀리 왔는데 좀 시간이 걸리겠네요"


모처럼의 휴식을 깨버린 내 병원행에 약간 까칠한 딸의 목소리. 미안한 마음이 생기기보다 우선 서운한 감정...이 앞서는 건..뭘까 . 가면 간다고 말이나 하지? 누가 따라간다고 할까봐 ? 난 지 무슨 일 있으면 한밤중 새벽 안가리고 1초라도 빨리 갈려고 이 시골에서  택시 불러 타고 달려간 적도 있는데 ..

해마다 딸의 휴가에 초대되어 따라다닌 건 나였다. 내 마음을 울리는 공간을 만나면 꼭 그 자리에 딸을 데리고재 방문했었다. 어떤 공간은 내 경제적 수준에 넘치는 공간이어서 부담이긴 했다 .그럴 때 도

" 내가 딸에게 주는 유산은 돈보다 경험이다." 라고 나 자신에게 세뇌시키면서.

 딸이 돈을 벌자 오히려 내가 되돌려 받은 게 저 경험 선물이다. 딸도 특별한 공간을 만나면 ,아니면 가고 싶은 특별한 맛집 공간에는 나를 동행했다 . 그래서 내 인생 최고의 샷인 크루즈와 지중해 풍경도 남길 수 있었다. . 새삼 어린애처럼 그게 내가 아니고 뱃속의 아이와 사위인 것에 질투가 나 심통을 부리는 것이다..

늙은사람이 지혜롭고 배려심 깊고 개뿔 ..모두 다 거짓이다

늙은 사람도 질투하고 자기가 중심이고 싶고 사랑받고 싶다.



친정엄마가 내 결혼식 이후에 내내 섭섭해하고 눈물 훔쳤던  것이

가장없는 가정에 내 월급봉투가 사라져 당장에 닥친 경제적 궁핍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매달 월급의 얼마를 친정에 꼬박꼬박 보탰던 것으로 내 할일 다했고 엄마의 마음을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음을 이제 서야 깨닫는다.


내 말을 귀닮아 듣고 내 도움이 필요해서 내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의미를 주던 딸은

이제 세상에 더 이상 없다는 것. 오히려  엄마가 되어 엄마역할을 하려고 하는 딸에게서

갑자기 쫄아들고 한없이 작아져서 그야말로 세상의 변방의 늙은 이가 된 것이다. 세상의 중심이

딸인 것이다.  



상실감이라 하는 감정이 이런 것이리라.

이전의 애벌레 같은 딸은 사라졌다. 벌써 딸은 껍데기 벗고  나비가 되어 훨훨 나르는데

나는그 껍질을 들고 ...절대 돌아올 수 없는 내 기억 속에만 살아있는 애벌레를 그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애벌레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애벌레에게 영향력을 끼쳤던  젊고 힘있었던 젊은 나를 못 놓는 것이다. 


산부인과 복도를 걸으면서 생각해보니  딸의 몸이 시작된 곳이 바로 이공간 이었다.  딸 나이쯤에 이곳에서

딸을 낳았다.그 때 나도 바뻤다. 생각해보니 .

산모같지 않고 처녀 같다는 말을 칭찬으로 들으며 흩트러지지 않은 몸매 유지하려 애를 썼던 공간.

그 딸이 이 병원을 일터로 삼고 일을 하고 있으며 그 딸이 또 자기 딸을 낳게 된 곳


딸의 몸이 시작된 곳 .손녀의 몸이 시작 될  곳. 내 몸이 몸으로 만든 가족이라는 인연과  굿바이 해야 할지도 모르는 곳 ..병원은 철저히 몸의 공간 밥그릇의 공간이다. 병원에는 찻잔이 없다






 자기 여동생에게서 엄마의 병원 입원 소식을 전달 받은 아들도 늘  바쁜 사람이다.

 아들 딸은 늘 바쁘다.회사 건물 이전으로  바빳던 아들도 모처럼 쉬고 있다가 당장 오겠다고 전화를 했다.

아들 차로 이곳에 오려면  네 시간. 시동 걸고 출발하려던 아들을 말렸다.

 가까이 있는 한 명이면 된다고...


 아들은 바로 통장으로 송금을 했다.  

 병원에 실려온 누군가의 몸이 누군가의 휴가를 망치고 또 누군가의 통장의 잔고를 털게 한다면 그래서 평온한 일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면 그게 바로 가족이다.


 가족이야말로 몸으로 만들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잠시 바람 쐬러 병원 밖으로 나와봐라. 응급실과 노인진료센터 앞 벤치에서 몸을 나눈 가족들이 자신들이 뺄 수 있는 간호시간과 자신들의  통장에서 얼마까지 참여할 수 있는 지 상의하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끔씩 언성 높이는 쌈도 하고,,


가족과 돈


가장 부자인 둘째 언니의 수다와 고민에는 오래 살던 잠실 집을 팔아 용산에 아파트를 사 주는 것으로 굿바이한 줄 알았던 유산상속문제가   호시탐탐 언니의 거주지인 강남 구십평 아파트를 노리는 며느리 아들때매 골치 아프고, 내년에 결혼할 아들들 결혼 자금때매 시댁에서 자기 몫의 유산을 챙겨야 하는데  내 맘같지 않아서 고민인 바로 아래 여 동생.  변호사 개업한 아들 사무실 얻어주고 싶은데 무리해서 구입한 상가가 임대도 안나가고 대출금은 두배로 뛰어 전전긍긍 고민하는 올해 은퇴하는 막내동생. 그러고 보니 돈문제는 국가가 주는 임대주택 17평에 사는 큰 언니가 제일 심플하다. 컴퓨터프로그래머인 큰 아들이 부모 도움 없이 집장만에 언니 생활비까지 대니...참 아이러니다.제일 경제적으로 궁핍한 큰 언니가 가장 개운하게 사니...


 물론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 내 눈으로 본 관점일 뿐이다. 몸으로 이루어진 세상 모든 가족들의

장롱 깊숙한 곳에서는 돈과 관련된 빨지못한 이불 빨래 한 채씩 숨겨져 있다.



나 역시 .. 남편과 아들의 불화라는 밀린 빨래 이불 한채 속 여러 근심 속에 돈도 섞여있으리라. 이제 정말 다 빨아서 쨍쨍한 햇빛에 말려 보송보송하게  깔아주고 나도 깔고  그 위에서 숙면하는 걸  보아야 내 생의 숙제가 끝인데  그것이 제일 어렵다.  


아무튼 노후에 가장 끔찍하고 큰 두려움은

 짐ᆢ이다

 늙은 사람은  자기. 몸이  젊은 몸들의  일상과 지갑을 터는 짐덩이가 되는 게  심히 마음이 불편하다.

가장 부끄럽고 쪽팔리는 일이다. 쪽..팔..리..는이 비속어라도 좋다

이 언어가 가장 정확한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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