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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Mar 23. 2022

 무너지는 몸에 마음은 상처 입고   

-노년의 품격은 어디서 오나?-

  친척 어른 들 중 유일하게 내 찻집 공간의 의미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셨던 이모부님,

 . 번화가 시내 요양병원 7층이 마지막 몸이 머물었던 공간이었다.

 마지막 뵈었을 때  이모부는 분노에 차서 "커튼 좀 쳐 줘라!"라고 말씀하셨다.

 놀라 옆을 보니  오줌 싼 할머니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간병인의 무심한 손동작이 보였다.

 무너진 몸은 남. 녀 구분이 없었다.  



"낑낑.. 깨갱"

아침부터  하풍이의 비명소리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하풍이는 우리 집 풍산개 이름이다. 

-아무리 짐승이래도 내 집 안방 한가운데 똥을 싸란 말입니까.. 풀어주세요. 

저도 배설만큼은 은밀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하고 싶습니다. -.

-안 속아, 이 놈아! 은밀하고 사적인 곳이 저 앞집  ㅇ선생님 꽃밭이냐.

 니 동네방네 싸지르는  배설 때문에 동네 사람들에게 원성을 얼마나 들었는지 아냐.-

 포기할 만도 한데 아직도 배설할 때가 되면 낑낑대고 난리 한바탕을 친다.


인간이나 짐승이나  배설이나 목욕...같은 행위는 가장 은밀하게 사적인 공간을 가져야 생명체의 최소한의

존엄이 아닐까  .그날도  하풍이 생각이 났다. 나도 하풍이처럼 깨갱깽 비명을 지를 진풍경을 보여 주어야 할 

저녁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이었을까.. 

 검사 결과는 장염도, 요로결석도 아닌 자궁근종이었다. 나이가 먹었으니 자연스럽게 줄어들을 줄 알았던 근종은 더 커져 있었고 극심한 통증은 난소가 꼬여있는 데서 왔다고 했다. 수술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수술 날자가 크리스마스 다음 날로 잡혔다. 병원에 들어오니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벌써 크리스마스... 연말이었다. 




이제 그동안 머물던 입원실을 떠나서  산부인과 병동으로 옮겨야 했다. 고맙게도 이인실에 옆자리가 비어 혼자 잘 지냈다. 그러나   트렁크 끌고 내 또래처럼 보이는 부부가 내 옆자리에 짐을 풀기 전까지 딱 그만큼

이었다. 옆자리에 새 환자가 들어오신 거였다,

하필  낼 수술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완벽한 혼 화장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밤새 물 먹고 설사로 몸을 비워내야 했고 , 수술부위를 제모해야 하고 

샤워도 해야 했고 또 잠꼬대는... 어찌할꼬.. 더구나  남자분까지 한 병실에서..

생각만 해도 갑갑했다.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금방 마음이 공황상태에 빠졌다. 수술 전까지는 혼자 있겠다고 가족이고 간병인이고 다 물리친 상황에 다시 구질구질하게 식구들에게 콜 할 수는 없었다. 


 제모는 도저히 불가능할 듯하여 다음날 간호사 선생님에게 도움받기로 하고 

잠꼬대와 코골이는 오늘 저녁잠을 안 자기로 결심을 한다.

이제 샤워와 설사 문제만... 그래..

화장실 출입은 최대한 숨죽이며 조심조심하면 되지 머... 가만 샤워는.....


일단 사방으로 커튼부터 쳐서 내 공간을 성처럼 막았다. 

낼 아침 실수해서  민망할까 봐 가급적 얼굴을 안 마주치려고 자는 척 누워있었다.

 저녁도 드는 둥 마는 둥 우선 샤워를 언제 해야 하나..로 때를 보고 있었다


 . 잠시 부부가 " 운동할 시간이네." 하면서 나가자마자 

정신없이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본디 샤워할 공간은 아니었으나 수술해야 하는데

입원하고는 목욕하지 못해서 몸이 개운하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자꾸 비누 조각도 떨어트리면서  겨우 샤워를 마치고 폰 가지고

놀고 있는데  


"앗! 차거.. "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화장실 문을 급히 열고 나온다.

환자 남편 되시는 분이셨다. 티셔츠  한쪽이 완전히 젖어있다.

"허, 누가.. 샤워꼭지를 쓰고 원위치 안 시켜 놓았네"


맙소사!

샤워기에서 세면기 수도꼭지로 레벨을 돌려 나와야 하는 걸 깜빡 잊고 

나온 것이다.


내 커튼 하우스 안에서 얼굴도 안 본 체

-... 아.. 제가 ,, 깜빡 잊고.. 죄 죄송합니다 - 

- 아.. 괜찮아요! 조심하세요, 아-


더.. 몸이 오그라 든다. 불안하고. 

배에서는 꾸르륵. 꾸르륵. 소리에  설사는 계속 주르륵이고 

가만가만 숨죽이며 한 밤중에 화장실 소리 문소리 최대한 최저음 소리 

내고 수없이 들락거렸다,  누우면 잠들까 보아 눕지도 못하고 이상한 자세로 폰을 들여다보니

또 몸은 뻣뻣해지고 아프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나 시계를 보면 아직 한 시간도 안 지났고

왜 그렇게 시간은 긴지..

최악의 밤이 지나갔다. 

결국 내 몸이 이겼다. 새벽 다섯 시!! 

잠을 안 잤다. 만세.. 그래도 완전히 망가지는 모습은 안 보여줘서 다행이다


그런데 웬 소리인가..

선생님! 선생님!  - 꿈인가 생시인가 -

환자 남편 소리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니


환자는 옆에서 말리고 내 잠꼬대에  남편이 참다 참다못해 날 깨운 것이다. 


아.. 그 사이를 못 참고 기어이 잠을 잤었나 보다!!!

엉엉 울고 싶었다.

그 잠깐의 졸음을 못 참고, 내 몸은 내 마음의  최후의 자존심마저

깡그리  무너트려 버렸다. 


그 길로 산부인과로 옮겼으며 혹시 그분들 만날 까 봐 그 병동은

절대  얼씬도 안 했다


영끌해서라도 앞으로 병원 입원은 혼화장실이 있는 독방으로 라는

철없는 생각도 하면서...


수술 다음날 아침 

병원에서 생일이라고 파리바게트 작은 키즈케이크에 미역국을 주었다

잊지 못할 생일 미역국이었다. 짭짤한 미역국에 짠 내 눈물방울 한 방울

첨가해서 먹었다.



자립 혼 환자가 되어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늙은 사람에게 몸은 짐덩어리이고 방해꾼이다.


우리가 마지막 몸의 거주지로 요양원으로 가는 삶이 두렵고 끔찍한 것은 

망가진 몸의  은밀한 사생활이 남에게 공개 되어 지키고 싶은

마지막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는 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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