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안 드는 노후 준비--
노후 준비가 화두다. 노후 준비 글을 검색하다 젊은 맘들의 카페 댓글까지 흘러갔다.
노후준비 안 된 시부모에게 한 달에 백만 원씩 생활비 드리고 있다는 신혼주부 글이었다. 백세시대라는데
병원비.. 요양원비.. 아이 태어나면 일을 계속 못할지도 모르는데 고민이라는 글. 줄줄이 달린 댓글에는 준비성 없는 부모에 대한 질타와 당장 이혼하라는 극단적인 댓글까지 달려.. 있었다. 노후준비가 안되면 며느리에게 욕을 배불리 먹고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노후준비가 노후자금인데 살아보면 알겠지만 돈이라는 게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운이라는 것도 있고 밀물처럼 왔다가도 어느새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도 있는데 그럼 노후 자금 턱없이 부족한 보통 사람들의 노후는 비참한가? 돈 말고 더 중요한 노후준비는 없는 걸까?
이제 노후생활에 첫발을 뗀 베이비부머 세대인 내 눈으로 이미 노후 생활에 접어든 70대 언니 두 분을 솔직하게 관찰해 본다
수구초심.
여우가 떠돌며 살다가도 죽을 때는 자기 태생지인 언덕배기를 향해 머리를 둔다고 한다. 다섯 자 매인 우리도
언제부터인지 서울에 사는 작은 언니가 내려오면 전주 한옥마을 근처인 남노송동 삼거리 주민센터 앞 우리의 수구를 꼭 둘러본다. 지금은 슈퍼로 변한 다섯 자매가 출생, 또는 유년, 청춘시절을 보낸 공간. 이 공간에서 시작한 우리는 우여곡절을 거쳐 17평 주공임대.....부터 서울 강남에 90평대 아파트까지 사는 공간이 다 다르다.
언니 둘 여동생 둘 사이에 낀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늙은 언니들 보다 젊은 동생들하고 같이 놀았는데 딸 결혼 이후에는 이제 완전히 언니들하고 논다. 마지막 로망인 자식 결혼에 대한 판타지가 깨지는 상견례 경험도 없고 동반자가 생긴 자식의 변신에 충격과 상처도 경험 전이고 일터에서 완전히 물러난 허탈함 허망함 경험 전인 은퇴 전의 인생인 동생들과는 예전처럼 깊은 공감에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 나도 늙었다는 것이다
며칠 전 자매 단톡에
작은 언니가 고독이 병이런가 라는 동영상 톡을 보냈다. 고독, 외로움이 노후의 가장 큰 난관이라는 이야기였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였고 그것에 대한 큰언니의 답톡은 모든 사람을 꽃으로 본다는 정약용 이야기였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해가 되었다.
내 병이 젤 힘이 드는 게 깊은 잠을 못 잔다는 것이다. 편한 숙면을 위해서 침대도 바꾸고 조명도 바꾸고 별짓 다해도 효과가 없던 잠이 혼자 사는 큰 언니 17평 아파트 안방에 언니가 준비해준 잠자리에서, 그것도 고층아파트를 싫어하는 내 몸이 19층인데 딸이 비싼 돈 들여 데려간 5성급 호텔에서도 못 이룬 숙면을 한다는 것이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작은 언니도 서울에서 내려오면 자고 가는 곳이 이 언니네 집 공간이다. 언니나 나나 집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강남 90평 아파트. 시골 호숫가 풍광 좋은 곳에 남들이 멋지다고 하는 한옥도 있다. 무언지 모르지만 우리는 없는 큰 언니 만의 기운이 있다. 내 이름이 적힌 칫솔이 있을 정도로 언니 공간에 들어온 사람에 대한 애정인가. 언제든 가면 바로 준비되어 나오는 따뜻한 음식인가. 요 며칠 전에 먹은 무생체와 굴 무침이 생각나 침이 고인다. 이른 아침에 산책하다 하다가 마시는 커피냄새, 돌아오는 길에 싸주는 견과류 가득 섞인 잔멸치 볶음과 직접 눌린 누룽지인가...
따뜻하고 편한 이 오성급호텔에는 고독할 틈이 없다. 큰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노후준비는 이렇게
자기가 머무는 공간을 오성급호텔처럼 리모델링하는 능력 아닐까? 찬찬히 언니 공간을 살펴본다.
좋아하는 추리소설작가 애거서크리스티의 소설 속 인물 홍차 찻잔 든 미스 마플여사처럼....날카로운 눈으로
왜 이 공간이 편할 까...
찻잔들고 느긋하게 살펴 보는 중이다.
찾았다..그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