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988, 1956,
0032656 *, F/65 ,15*, 5*, 120, 503, 36.5 , 404,
2468700, 2 , 1300000, 14 ,
54, D390, D271, N835....
지독한 복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 통증의 원인은 이미 알고 있었던 자궁 안의
혹이었다. 나이가 먹어가면 저절로 작아지기도 한다고 그냥 지내보자고 했던
혹이 더 커져서 주변의 다른 부위까지 문제를 일으켜 생긴 통증이었다
떼어내는 것 만이 해결책이라 하여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긴 시간을 병원이란 낯선 공간에서 보내게 되었다
나는 찻집 공간이 일터인 찻집 주인이다
찻집공간은 안 보이는 마음들이 찻잔이라는 그릇에 담겨 오가는 곳이라
찻물의 온도도 20도 , 85도,..처럼 숫자로 분명하고 정확히 말하는 것은
신비감 상상 여력이 없어
-따뜻하게, 뜨겁게 , 차갑게, 시원하게 , 차맛이 다 빠질 때까지 ,
열탕으로 단번에, 천천히 , 느리게 -
처럼 애매모호한 언어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물 멍, 사람 멍, 구름 멍, 찻잔 멍으로 떠나온 현실의 시공간을
잠시 잊으면서..
그러나 병원은 찻잔의 세계가 아니었다.
병원은 저 암호 같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숫자의 세계였다.
20대 때 그렇게 난해해 풀리지 않았던 이상의 0,1 숫자로 이루어진 진단서 시가
비로서 이해된다.
마음과 달리 몸의 세계는
내가 머물고 있는 시공간을 정확히 하나하나 클로즈 업 시켜서 소수점 첫째 짜리
까지 숫자로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0032656 *, F/65 ,15*, 5*, 120, 503, 36.5 , 404,
몸이 있는 곳이 정확한 병원이라는 증거인 환자 번호. 몸의 현실인 키, 몸무게. 병명. 혈압 ,
체온 내 정체성이 법적으로 아줌마도 아닌 어르신, 시니어라 일컫는 완벽한 노인이 된 것을
내 침대 옆 달아 놓은 명찰 숫자를 보고 알았다
보험사에서 받은 보험금액, 병원비 금액, 입원실 등급은
나이 들수록 내 몸이 치를 경제적인 대가가 생각보다 더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이 무거웠고 병원에서 먹은 밥그릇수는 병원이라는 공간은 찻잔이 아닌
밥그릇으로 움직이는 몸의 공간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다 쓰지 못했지만 질병코드 숫자는 결코 마주치고 싶지 았았던 곧 닥칠 내 몸의 미래를
예고편으로 극적인 부분만 보여주고 사라졌다. 내 몸은 유효기간이 있는 불안한 존재이며
그 유효기간조차 아주 아주 짧은 시간 만이 남았다는 것도 깨달았다
병원에서 마주친 동료 노인들을 보면서 결국
모두 어디 한 곳 장애인이 되어 통증과 지독한 외로움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끝이 나는 인생 여행길이라는 것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