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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Mar 20. 2024

꽃 샘 추위에 너무 일찍 핀 꽃들에게 위로를

- 마리아쥬프레리 카페의 찻잔-

꽃 샘 추위. 봄에 폭설, 태풍같은 바람이 분다, 일년 중 이 시간이 제일 싫다

 조금만 참고 완전한 봄이 오면 입어야 할 봄 옷. 그걸 못 참고 늘 마음이 급해

봄 옷입고 나섰다가 감기에 사서 고생하는 캐릭터. 나는 얼리어덥터다. 그놈의 호기심과 안주하고 싶지 않은 오버열정, 과 열정으로  상처는 물론  사이코, 마녀로 사냥 당할 위험수위가 높은 불안한 영혼 소유자.

 해마다 꽃샘 추위 시절이 오면  나와 꼭 닮은  문학소녀  시절 읽었던 '테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소설 속 여자들이 내 영혼을 방문한다. 

조금 일찍 세상에 태어나 아직 덜 깨인 세상 때문에 상처입고 소외당했던 두 여자..

파리의 저 카페에 갔을 때 유독 두 여자 생각이 났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내가 찻집을 열고 보니

손님들께 내미는 내 찻잔의 깊은 바닥에 늘 저 여행지에서 느꼈던 따뜻한 위로의 마음이

담겼다는 걸 깨달았다. 잠시 그 시간에 빠져본다. 

그 느낌을 그대로 전하고 싶어 그때의 기록을 그대로 남겨본다


사람들은  자신 만의 고유한 성적인 환타지와 성에 대한 철학을 가진다. 그러나 그렇게 보일 뿐 진실은 개인보다는 그 시대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의 다양한 변주일 뿐이다. 틀, 이 틀은 컴 운영체계처럼 절대적이어서 저항하는 개인에게는 에러, 경고 메시지가 뜨고 소설 속의 테스처럼 결국 집단에서 로그아웃당하는 불행을 맞이하게 한다. 많은 희생과 시행착오를 거쳐  새 버전이 만들어 지기 전까지는.    






   우리는 베이비붐 세대다. 세대라는 말 속에는 집단으로 우리에게 강요한 정서적 틀과 그 틀을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순응한 수많은 인생이 있다, 그 중 여자인 우리들에게 강요한 성에 대한  틀은 얼마나 견고했던지 미드 ‘섹스앤더 시티’에 나오는 뉴욕의 네 여자가 리얼한 오럴섹스 이야기 까지 식사담화로 쏟아내는 걸 보면  대리만족의 후련함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진다. 섹스는 영혼보다 한 단계 하위레벨로 동물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탄생시킨 단어, 플라토닉러브 ㅠㅠ .를 사랑의 지존으로 생각했던 그런 세대다 .


그래서 처음부터 성적인 것을 더도 덜도 아닌 일상의 삶 속에서 리얼하고 건강하게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상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 특히 남자가 아닌 여자의 선택과 결정, 결정에 대한 책임과 고민을 경쾌하게 그린 ‘섹스앤더 시티’는 불편한 에피소드 잔소리 하고 싶은 에피소드도 많지만 대체적으로는 후련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리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저런 쏟아지는 미드이미지를 보고 자란 딸 세대들과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이라는 소설의 글자들이 만들어  낸 성적인 환타지와  첫날 밤의 로맨틱한 상상력을 베이스로 삼은 우리 세대 사이는 엄청난 소통불가의 강물이 흐른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세대 실화다. 여자에게 이미 사랑하는 애인이 있었다. 그런데 이 여자를 짝사랑하던 남자가 있었다. 이 남자,어느날 이 여자를  반 강제로 택시에 태워 같이 먼 곳으로 떠나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그 남자와 결혼한 경우도 있었다. 이 남자 지금 이었다면 납치범에 성폭행범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부모님 눈에 남자가 특별히 결격사유가 없으면 그냥 결혼하고 남자답다고 칭찬도 들을 수 있었다. 미드에 나오는 뉴욕의 성칼럼니스트 파커가 보면 기절초풍할 스토리지만 드문 이야기는 아니였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은 자궁암으로 죽어가는 32세 여인의 회고담 형식을 띤 연애소설이다 .아버님끼리 절친이셨는데 남주인공 성호아버님이 돌아가셔서 사업도 돌볼 겸 두 집안이 합쳐지게 된다. 그래서 두  집안의 아들, 딸은  한 집에서 남매처럼 지내게 되고 이 두  사람이 사랑하고 결혼에 골인하는 러브스토리이다. 당시의 베스트셀러답게 순진무구했던 우리세대의 (여중생)의 로망이 다 들어있었다. 잘생긴 오빠, 공부까지 잘해서 서울대출신 , 직업은 고시 패스후 법조인 ,여주인공은 명문여대 출신의 미모의 여자. 말하자면 그 시대의 ‘시크릿 가든’ ‘태양의 후예’드라마라고 할까.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이 “저 한테는 이 사람이 전도연이고 김태희입니다.” “ 길라임씨는 언제부터 이뻣냐 ?” 태양의 후예에서 송중기가 “원래 연애라는 건 내가 해도 되는 걸 굳이 상대방이 해주는 겁니다 ” 라는 대사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면     


바로 방 하나 사이를 두고 성호와 윤희 대화 

 “ 윤희, 자니 ”“아니 ” “그럼 좀 나와 ” 그리곤 길게 휘파람을 불어본다.

라는 글만 읽고도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테스 원제는 〈더버빌가의 테스〉이며 '순결한 여성'(A Pure Woman Faithfully Presented)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테스는 몰락한 농가의 딸로, 자존심도 강하고 부지런한  품위있는 처녀 였다. 몰락했지만 더버빌 가문의 후예라는 것이 밝혀지자 가문을 찾아 인근 벼락부자 집으로 일하러 가게되고 그곳에서 사랑하지도 않은 알렉의 덫에 걸려 임신하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 사생아 출산 ,사망  사건을 거치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마녀사냥식 비난으로 고통을 당한다.  가정상황이 더 나빠지자 다시 인근 마을의 목장에 취직하여 젖을 짜는 일을 하다가 목사 가문의 엔젤을 만나  사랑하고  결혼한다. 결혼 첫날 서로가 자신의 과거를 고백하는데, 테스의 과거에 충격을 받은 엔젤은 그녀를 버리고 브라질로 떠난다.엔젤이 후회하고 돌아왔으나 이미 가족의 생계 때문에 다시 알렉과 결합한 테스 . 결국 번민 끝에 알렉을 죽이고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져 버린 테스  


원래 이 글은 당시의 귀족계급들의 이중성 위선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농촌 시골 하층민들의 노동에 대한 신성함 , 따뜻한 시선의 명작이었으나 엉뚱하게 순결 쪽으로만 기억에 남게 했다.    


윤희는 자궁암이라는 병 때문에  테스는 나쁜 여자가 못되어 끝내 세상에서 로그아웃 당하는 불행을 겪고 사라졌지만 이 두 여자의 혼은 내 서재 한 구석에 오래  남아 있었다. 행여 내 마음 안에 불온한 저항의 마음이라도 일어날라 치면 이슬람 여인네 들이 쓰는 검은 차도르처럼 촤르르   내려와  찬물을 끼얹고 차단 하곤 했었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릴 때는 있었을지언정 몸까지는 던지는 일 없이  도덕적이고 착한 여자로 생존해왔다. 이제는 검은 차도르를 벗겨내고 내 안에 그동안 억압되었던 여자들을 자유롭게 상상 속에서라도  풀어주고 싶다. 나 뿐이 아니라 이 마음 속의 차도르로 사별후 내내 열녀처럼 재혼을 거부했던 우리 세대의 친구들, 아니 더 나아가서 내 차도르로  내 딸 세대를 오해하고 잔소리하고 염려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


 내 안의 테스,윤희에게  차 한잔 대접하면서 이별하고 싶습니다.  오빠의 다과상은 수시로 차려주면서 자신을 위한 차 한잔 못 마셔본 윤희에게 ,순결이라는 그 시대의 틀에서 저항 한번 못하고 사라진 테스에게.  새로운  세계로 끊임없이 항해했던 마르코폴로 라는 분의 이름을 딴 홍차 한 잔  ...




마르코폴로는 마리아쥬푸레르라는 프랑스 유명 홍차브렌드에서 나오는 홍차입니다 . 중국홍차베이스에 베리 과일향에 티벳 꽃향을 첨가한 . 파리 시내 중심가의 한적한 골목길에 건물 자체가 골동품인 마리아쥬프레르 상점 및 카페가 있습니다. 카페 쇼윈도에 빨간 승려복의 티벳 승려이미지가 메인으로 걸린 ...그 건물  이층 구석 햇살 잘 드는 자리에 찻자리를 예약하겠습니다. 한 생을 깔끔하게 세탁한 영혼이 새 영혼으로 갈아입은 것을 축하하듯이  여러번 삶아 약간 낡은  냅킨이 새하얀 테이블보 위에 정성스레 개어진  낡은 테이블. 중국다관에서 손님들의 자세에 맞춰 수시로 변신하며 숙성되었을 것 같은 느낌의 긴 엔틱의자 . 명품 로얄코펜하겐처럼 얇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투박하고 단순하지만 그래서 좋은, 찻잔입술이 두툼해서 편안한 찻잔.  드디어 등장한  우주선 같은 티 팟, 은빛 우주선이 불시착한 것처럼 살짝 테이블에 앉습니다.  미리 준비해 준  마르코폴로 홍차를 찻잔에  조르륵 따르면 티웨이, 차의 길 이 열리면서 티타임이라는 새로운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 속에서 저 두 여자와 같이 했던 내 마음 속의 상처 고통 두려움 슬픔 아픔 이 조르륵... 조르륵 치유가 됩니다 .약간 맑은 갈색의 차색과 아직 화장에 익숙하지 않은 풋풋한 청춘들이 쓰는 로션같은 세련되지 않는 향의 마르코폴로 . 중국홍차 베이스에 베리과일향에 티벳 꽃향을 첨가했다던가 ..........


새 버전을 찾아 끊임없이 항해한 마르코폴로처럼 새로운 소설가의 영혼으로 가서 새 인물로 재탄생 하길 빌며 .


굿바이  테스와 윤희 !  옴마니반메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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