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웨이 Sep 19. 2024

 엄지 척 , 진이 최고!!

--일등 보다 이등?-


 오늘도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손녀가 어둑어둑 돌아갈 시간이 되자 손녀의 마지막 세리머니가 시작된다. 식구라고 해봤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4명이지만 네 명이라도  이게 어딘가. 평소엔 엄마 아빠 둘 뿐이었는데.... 두 명이나 더 늘었고만.

손녀가 일일이 어른들 손목 끌어다 둥근 원이 되게 세워놓고

아기 상어. 귀여운 아기 상어~~~

 핑크퐁 상어가족,... K국의 유아라면 모두 아는 동요 시리즈. 하도 들어서 어른들도 저절로 습득한  그 유명한 노래. 그 노래를 부르고 같이 춤추게 한다. 쑥스럽고 귀찮아 자꾸 빠지려 하는 할아버지도

이 막무가내 손녀의 애교에 녹아내려 바보처럼 손녀가 하라는 대로 한다. 손녀의 지휘아래 춤추면서 우리가 틈틈이 꼭 해줘야 할 퍼포먼스는 

엄지 척 그것도 한 손이 아닌 두 손 엄지 척!!!. 진이 최고!!!

그러면 손녀 얼굴이 발그레하면서  행복에너지가 온몸을 도는 광경을 목격하고 우리 어른들도 잠시 에너지에 감염되어 행복해진다.


엄지 척 손가락 동작이 손녀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냐면

감기를 심하게 앓아 엄마에게 안긴 채 소아과 병원 진찰실에 들어간 손녀가  울을 려다가 뒤를 돌아보고

대기실 소파에 앉아서 계속 자기에게 눈을 떼지 못한 할머니의  엄지 척!! 에 안도의 웃음을 웃고 

비로소  진료에 집중한 적도 있다. 그런데

엄지 척!! 네가 최고!라는 뜻인데 손녀가 일등이 되라고 부 축이는 것인가?





삐삐 폭염경보가 시도 때도 없이 핸드폰을 흔들고 밤이면 밤마다 에어컨과 선풍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켰다 껐다 했다. 사우나를 통 못 다녔다. 모처럼 사우나에 들려서 이열치열 하고 있는데 오늘은  수다가 의료대란 이야기와  초등학생 5학년 때부터 의대 진학반을 개설한 학원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초등학생부터?

답답하나 비난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는 유독 일등지상주의라서 어떤 분야든지 일등만 생존하는 시스템이다. 오죽하면 

개콘에서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나라라 했겠는가? 하다못해

취미로 하는 유투버 도 좋아요  , 구독, 댓글에 집착하고 ,  구독자수. 라이크 개수에 강박 수준인 

브런치 작가도 있다


)-어느 나라고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 나름대로의 사회적 책무가 있다는 ,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 걸 제대로 실천하면서 살아 존경을 받는 경주 최부자집  이야기다


                                  





경주 최부자집 사랑채 현판에 쓰여 있다는.. 주인 분의 호 이기도 했다는  

*둔 차(鈍 次)  , 이 등을 해라"

이 글을 본 순간

쿵..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했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1등 틀, 프레임을. NO라고 거부하고 자기 목소리로 사신 분도 계셨구나.

  노블레스 오블리주 집안으로 존경받고 그 삼대까지도 가기 어렵다

는 재산을 지켜낸 비밀이 저 말속에 있다고?


오랫동안 300년 최부자집 부의 비밀을 연구하신 분의 해석은


"하나의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1등 주의’가 팽배해 있다. 특히 국경 없는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 1등’만이 시장을 선점하고 우뚝 설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1등이란 그야말로 하나뿐이다. 1등 아니면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평생을 불만 속에서 불행하게 살 수밖에 없다. 또한 1등을 했더라도 만족은 잠시 뿐 바로 그 순간부터 끝없는 도전에 시달리게 된다. 그에 비해 2등은 이러한 것들을 적게 받기에 유복하다. 그러나 2등도 결코 쉽지는 않다. 1등에 버금가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2등을 하라’는 말은 ‘노력을 적당히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1등이 못되어도 만족하라’는 의미다. 이것은 최 씨 가문에서 추구하는 적정 만족의 원리와 상통한다.

스스로 만족하며 겸양할 때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기고 함께 사는 정신도 생기는 것이다"

-<경주의 최 부잣집 300년 富의 비밀>, 전진문-



1등이 못 되어도 만족하라. 만족하며 겸손할 때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함께 사는 정신도 생긴다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나는 내 나름의 해석을 더 해 본다.


1등 마인드와 2등 마인드는 출발부터 다르다.

1등을 하려는  마음속에는  틀이 있고 경계선이 있으며 줄이 있다.

1등에서 꼴등까지 줄 세우는 수직으로 된  갑과 을 불평등 관계이며  어디까지나 틀과 경계선 안에서의 생각이라 여유가 없다. 경계선과 틀 밖에 대한  호기심 모험심은 당연히 없습니다.

 





반면  1등이 아니어도 된다는 2등 , 둔차 마인드는  세로줄이 아닌 옆을  살피는 가로줄 사고로 적대감보다는 유대관계를 가지며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있어  1등 마인드보다 훨씬 자유롭고 유연하며 호기심과 모험심도 있어 틀과 경계선 밖에서 경계선 안의  시스템을  통찰하는 시각을 가지게 되어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해 줍니다.

1등 마인드로 사는 인생은 최고가 되기 위해 언제나 자기 자신보다 과대한 자기로 포장해야 해서 진짜 자기 모습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데

둔차 마인드로 사는 인생은 여러 관점에서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어서 진짜 자기를 만날 확률이 많습니다.


 

지금은 시스템, 프레임이 바뀌는 시대다. 틀에 얽매인 좁은 시야의 1등 마인드보다

 전체를 통찰할 수 있는 둔차 마인드가 필요한 세상이다


참 앞서 가신 최 씨 집안이다. 5학년부터 의대입시 공부시키는 엄마가 오히려 한 발 뒤쳐진 교육관을 가진 것은 아닐까? 



이전 12화 명절날은 AI , 니가 할머니 대신 글을 써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