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명상-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속해 있어서
밝은 곳에서는 몸에 밀려 움츠려 있다가
어둠이 깔리고 몸도 더 이상 못 따라오는 순간
비로소 기를 펴기 시작한다.
내 몸이 용량 초과의 마음들로 무거워지면
마음도 요즘 유행하는 '신박한 정리'가 필요하다.
마음의 정리가 '명상'이다.
오랫동안 살피지 못한 마음들이 뒤죽박죽 섞여있어 꺼내 보기도 쉽지 않다
마음도 분리수거가 가능하다면
왔다간 마음, 지금 현재 마음, 아직 오지 않는 마음 구분해서
지금 마음만 남겨놓고 다 버리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마음은 모두 한 몸에 엉켜있다
정리? 그냥 흘러 보내고 지켜보는 것이다. 스스로 풀어질 때까지..
마음 정리는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철저히 나 홀로
찻잔 들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일이다.
사실 어둠 속으로 들어갈 때마다 두렵기도 하다.
마음이 눈에 안 보이는 어딘가에 숨어있다가
이제까지 살아온 내 삶이 전부 거짓이라고 밝힌다면.....
두려워 가다가 돌아오는 사람도 많다. 진짜 마음을 찾으면 이전의 것을
버리고 새 출발 해야 하는데 그게 또 참 몸이 힘든 일이다. 사십 대 때
젊지도 않은 나이에 안정적인 교사 자리 버릴 때 경험해 보아서 안다
마음이 스님 자리 벗어나 자유롭게 살라 했는데 존중받는 성직자인
자신을 못 버리고 하루하루 미루고 피하다 끝내 생을 마치는
스님도 보았다. 그래도 아무튼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몸의 공간인 밥집은 환해야 좋지만
마음세계의 공간인 찻집은 약간의 어둠이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매 순간 마다 나만의 찻잔으로 나만의 茶法으로 나다운 인생의 티타임을 ...
깨진 찻잔의 브런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