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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주 Dec 03. 2024

몇 년간 연락 없던 친구에게 영상통화가 왔다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던 친구인지라, 연락이 없어도 이상하지는 않은 사이. 엄청 가까웠다고 하기에도 몇 차례의 만남이 다였다. 그래도 짧은 만남기간 동안 우리는 깊은 공유를 했다. 뜬금없는 그녀의 연락에, 그녀도 네팔에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앞서 응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알고 있던 것처럼 여전히 호주에 있었고, 네팔과는 무관했다. 요새 어떻게 지내는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가. 그러다 문득 그녀의 눈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먹먹했다.


Minjoo, are you happy?

행복하냐는 말에 나는 제법 행복하다 대답했고, 그럭저럭 잘 지낸다 했다. 그녀의 질문에 강한 무게감을 느꼈다. 누군가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은 아니다. 그녀는 나에게 너는 원하는 대로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지 않냐며,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지 나에게 묻는 듯했다.

그녀가 읽고 있는 책은 어떻게 하면 강한 마음으로 방어하며 살아가는 가에 대한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사람들과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악한 사람들에게 진절머리가 난다 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가끔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가 복잡해질 때가 있다 했다. 그 마음이 나를 집어삼킬 때가 있어 힘들 때가 있지만, 그럴 때는 고민거리를 누군가에게 털어놓다 보면, 그 고민이 별거가 아니라는 것도 깨닫게 도와준다. 내가 만들어낸 문제와 고민이라는 것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 주위에 말을 털어놓을 것.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 주위를 환기시킬 것. 우리 오늘도 좋은 하루라는 것을. 사람들이 밉고, 힘들더라도, 지치지 말고 강해질 것. 뜬금없이 나를 찾은 그녀에게 나도 당신과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어떤 질문도, 어떤 도움도 직접 요청하지 않았지만, 내 마음속에서 그녀에게 하고 싶었던 진심이 우러나온 말들이었다. 그녀의 눈을 보고 나서 말이다.


통화를 마치고 그녀가 메신저로 따로 보내준 비디오 링크. 영상은 우울증을 앓고 있던 유명인사가 어떻게 사람들과 이를 공유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다시 카트만두다. 주위 사람들이 찾은 나의 모습 속에는 주로 평화로움, 여유로움, 편안함, 포근함, 따뜻함이라는 단어로 가득하다. 나의 어둡고 병든 부분을 때로 발견하는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어느덧 가족처럼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할 차례이다. 깊은 포옹을 나눌 때면 많은 단어들로 위장할 필요가 없다.


여행자들 사이에 마지막 만남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매 순간을 서로가 기운 북돋아주고, 좋은 시간을 보내면, 만날 인연은 다시 만난다는 것을 안다.


포카라에서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이 카트만두에 있어서 만날 계획을 세우려는데, 요 며칠 사람들과 부쩍 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바쁜 기운이 오고 가는 도시 카트만두에서 기운이 빨려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혹시 나에 대한 상대방의 기대에 미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내일 비행기로 인도로 떠날 예정이지만, 지금 나는 나의 행복,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하고 싶은 창작활동, 글쓰기를 먼저, 그러고 친구들과 오늘 밤을 보낼 수 있다면 보낼 것이다.  잠시 이 순간이라도 행복을 다했으니 후회는 없다. 그 순간이 마지막이었듯 말이다.


내가 나눌 기운이 있어야, 상대방도 주위환경도 건강해진다. 나눌 것이 없는데 자꾸 기대에 부응해 시간만 보내려고 하면 나도 힘들고, 그 시간도 힘들다.




우리는 행복한가? 여행을 다니는 동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따로 던져보지는 않았다.


How are you?라고 누군가 물으면

나는 기분이 좋은 편이라 한다. 가장 최고의 순간인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기운이 좋지 않은 느낌이 들으면 단순한 이유일 가능성도 높다. 배가 고픈다거나, 화장실을 가야 한다거나, 잠을 자야 한다던가. 몸이 피곤한다던가. 단순한 조건을 충족시켜주기만 해도 우리의 기분은 달라질 때도 있다.

낮잠을 최고로 슬기롭게 이용하는 네팔의 개



며칠 전 차를 마시던 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The Miracle of Mindfulness: A Manual on Meditation>에서 잠깐동안 읽은 부분이 문득 생각난다. 틱낫한이라는 베트남 불교 스님께서 Mindfulness, 마음 챙김에 이야기하는 서적이었다.


그는 이야기한다.

As advice for a community focused on peace of mind

남들이 못하는가 어떤지 신경 쓰지 말고, 나 스스로최선을 다할 것.


최선을 다해 좋은 시간을 보내면 이로써 우리는 건강하고, 평화로운 공동체,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남들을 판단하느라, 또는 그들의 행복함을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할 때도 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이란 절대 없기에, 매 순간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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