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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May 24. 2021

For sale:baby shoes,never worn

1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육아는 가까이서 보면 실전


목욕하기 30분 전에 수유를 충분히 할 것.

씻기는 물과 헹구는 물을 각각 준비하고, 헹구는 물은 씻는 물보다 1도 정도 따뜻하게 할 것.

(온도계로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경우 손보다는  팔꿈치로 물 온도를 확인)

목욕 후에 물기를 닦을 타월, 입을 옷, 속싸개, 로션 등을 미리 준비해 둘 것.

로션은 아기의 머리쪽이 아닌 다리쪽에 놓을 것.


한달 정도는 매일 씻는 것이 좋지만, 힘들면 2일에 한 번은 할 것(그래도 부분목욕은 매일)

아기가 잠을 잘 안잘 경우 자기 전에 목욕을 하면 숙면에 도움이 됨.


속싸개로 아기를 감싼 상태에서 엄지와 중지로 아기의 양쪽 귀를 막고 얼굴부터 씻긴다.

얼굴은 눈 부위를 깨끗한 가제손수건으로 닦아주고,

그다음 머리감기(바스가 차가우니까 양손가락으로 미리 거품을 낸 다음에 아기 머리 샴푸하기)

체온을 위해 머리의 물기를 먼저 닦아주고 귀 뒤쪽도 깨끗이 닦는다.


얼굴 씻기가 끝나면, 몸을 닦을 차례

몸을 닦을 때에는 아기가 놀라지 않게 발끝부터 천천히 물에 넣어주고 아기 손을 잡아준다.

(아기가 놀랄 수 있고 귀에 물이 들어갈 수 있으니 풍덩하지 말 것)

그다음 물을 끼얹어주며 살이 겹치는 부위인 목, 겨드랑이, 손가락, 발가락, 사타구니를 잘 닦아주고,

아기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니 가슴과 배 부위에 물을 자주 끼얹어준다.


따뜻한 물로 다 헹군 후에 옆으로 눕힌 후 닦아준다.

목욕 후에 손가락으로 얼굴 부위를 잘 긁어 상처가 날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목욕은 아기를 깨끗하게 씻기기 위함인 동시에

아기의 몸 구석구석을 꼼꼼히 확인하여 아기의 건강 상태를 잘 관찰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배꼽은 소독 솜으로 안 쪽까지 깨끗이 닦아준다(배꼽 떨어져도)

로션은 골고루 뭉치지 않게 잘 발라주고,

사타구니, 항문부위, 겨드랑이는  발진이 잘 생길 수 있으니 상태를 확인하고 진정크림을 잘 발라준다.

얼굴 로션은 생후 1개월부터 발라주는 것이 좋다.


이 모든 과정을 10분 안에 끝낸다.


저녁 6시가 되면 아내와 나는 저녁을 챙겨 먹는다.

주로 아내가 식사를 차려주고 가끔 나도 식사를 차리곤 한다.


여담이지만, 집안일 중에 제일 어려운 게 뭐냐고 묻는다면 첫 번째는 식사준비, 두 번째는 화장실 청소라 답할거고, 이 두개는 여전히 쉽지 않다.

그래도 과거에 한식 요리사 자격증 과정을 한 번 배웠던터라, 레시피를 보면 곧잘 따라하긴 한다.

최근에는 아내가 “오빠, 나 대패삼겹살 김치찜 먹고싶어.” -(그러니 살고 싶으면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라고 말했고, 나는 입이 대빨 나온채로 난생처음 대패삼겹살을 만들기 시작했고, 역시나 성공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한 후에, 선호가 좋아하는 목욕을 한다.

나랑 아내는 이제 꽤나 능숙하게 10분 안에 산후조리원에서 배운대로 선호 목욕을 마친다.

선호가 태어나기 전에 ‘오빠, 기저귀를 갈 수 있을거 같아?’라고 묻는 아내의 말을 듣고,

마치 위플래쉬의 플레쳐에게 탈탈 털리는 앤드류처럼 ‘과연 나 따위가...?’라고 스스로 반문하던 때를 상기해보면, 나도 아내도 장족의 발전을 했음이 틀림없다.


선호는 물놀이만 좋아하는게 아니라 목욕도 좋아한다!

단지 목욕을 좋아할 뿐이지만, 나와 아내에게는 효자 중에 효자고,

이런 선호를 보며 ㄴr는 ㄱr끔 선호가 천재는 아닐ㄲr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보고 아들'바보’라고 하나 보다.


신생아는 성인에 비해 체온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목욕을 하는 시간을 가능한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다소 과장된 면이 있기는 하지만, 신생아를 키우는 부모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열’이기 때문에 목욕을 할 때면 항상 분주해진다.

물의 온도는 적정한지, 물의 양은 적정한지, 바스의 양이 너무 많지는 않은지 고민이고,

기저귀를 채운채로 머리를 감겨줄 것인지, 잘 때는 양말을 벗기고 재울 것인지, 스와들을 입힐 것인지, 잠은 누가 재울 것인지, 재우기 전에 한 번 더 수유를 할 것인지 등등 수많은 선택의 갈래길에서 나와 아내는 신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목욕을 마친 후 선호를 안고 방에 들어가 자장가 컬렉션을 재생목록에 담은 후 낮은 음량으로 틀은 후에 선호를 재우다 보면, 내 눈이 먼저 감기곤 하지만, 이내 칭얼대던 선호도 울음을 멈추고 단잠에 빠져든다.

이렇게 나와 아내는 퇴근을 하고, 곧 잠이 든다.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나간다.


새벽부터 밤까지 꽤 오랜 시간 선호를 기르다 보면, 상념에 빠진다는 것이 가끔은 사치처럼 느껴지곤 한다.

새순처럼 보드라운 선호를 위해서 나와 아내는 신속하고 정확하게 결정하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는 실전이다.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6단어로 사람을 울릴 수 있냐는 말에 헤밍웨이가 쓴 6단어 소설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작자미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선호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6단어 만으로 뭉클해졌겠지만, 지금은 당근마켓부터 떠올린다.

선호는 감사하게도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고, 선물 받은 배냇저고리 중에는 한두번 밖에 입히지 못하고 보관하는 만큼, 옷도 많이 필요하다.


‘계절에 맞지 않고 아기가 금방 자라서 한번도 못 입은 옷이에요. 상하의 1만원에 거래합니다.’


놓칠 수 없다. 지금 달려갑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지만, 육아는 가까이서 보니 실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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