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붕어빵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안에 붕어가 들어있기 때문은 아닐 거예요
용인에는 <꽃과 어린왕자>라는 카페가 있어요.
건물의 기둥, 기둥에는 어린왕자의 삽화 그림이 걸려 있어요.
빵과 디저트의 진열대에는 크고 작은, 어린왕자 피규어와 소설책들이 곳곳에 놓여 있어요.
건물의 내벽과 계단에는 페인트로 직접 그린 듯한 손그림도 있고요.
카페의 3층에는 실제 아이의 키 정도 되는, 어린왕자 마네킹과 경비행기 모형이 있어요.
B-612를 바게트로 표현한, 아크릴화 그림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전국으로 어린왕자 여행을 다니며 느끼는 점이 하나 있어요. <눈에 보이는> 어린왕자로는 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거예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이나, <눈에 보이지 않는> 어린왕자의 이야기들이 저의 마음을 움직일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네, 저도 잘 알아요. 지금 제 말이 참 우스운 이야기라는 사실을 말이예요.
어린왕자를 그렇게 좋아라 하고, 쫓아 다니면서도 막상 수많은 어린왕자의 이미지와 마주하게 되면, 저는 그 상황, 그 공간을 피하고만 싶어져요. 자신의 행성에 있는 유일한 장미는 소중히 여기지만, 지구에서 만난 수만 송이의 장미는 그리 대단치 않게 여겼던 소설 속 어린왕자의 마음이 이러 했을까요?
저희 할머니께서 호두과자를 좋아하시는 이유는 그 과자 안에 호두가 들어있기 때문이라 하셔요.
제가 붕어빵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안에 붕어가 들어있기 때문은 아닐 거예요. 그 안에 붕어는 들어 있지 않지만 그 빵은 제법 붕어를 닮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상상 속 어린왕자 공간도 그러한 것 같아요. 그 안에 붕어가 들어있지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붕어를 닮아서 붕어빵이라고 부르고만 싶은 존재! 그 안에 어린왕자가 들어있지는 않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린왕자를 닮아서 어린왕자 공간이라고 부르고 싶은 장소!
말은 이렇게 하지만, 저는 사실 붕어빵만큼이나 호두과자도 좋아해요. 사실, 슈크림빵도 좋아해요. 아참, 소보로빵도 좋아해요. 마늘 바게트도, 앙버터도, 밤 식빵도, 생크림 케이크도 좋아해요. 사실, 먹는 건 다 좋아해요. 푸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