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지만 실제 수익은 마이너스였다. 퍼플팀의 전략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라도 매출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었다. 아직 본사의 자금줄이 있어 파산을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 오직 성장에만 집중했다. 공격적으로 영업하면서 조금이라도 파트너십 가능성이 보이면 모조리 연락했다. 이메일과 스카이프 메시지를 퍼부었다. 새로운 사람들이 입사하면서 팀 규모도 늘어났다. 외부 지원자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아는 사람들의 추천으로 들어왔다. 네 명으로 시작한 팀은 어느새 열 명이 되어 있었다.
어느 날 우리는 러시아 게임 업체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업체였다. 중요한 기회였다. 우리 팀에 마침 러시아 사람이 있었던 덕분에 계약 진행이 상당히 매끄러웠다. 역시 자국민끼리는 이야기가 빨리 진행되는구나 싶었다. 그들의 게임 앱에 퍼플팀의 광고 코드를 넣기로 결정했다. 유저가 게임을 하다가 스테이지를 깨는데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뜬다. 그리고 그 메시지 밑에 광고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광고를 무려 다섯 개 게임에 넣기로 했다. 기술 연동도 금방 끝났다. 이제 게임사가 퍼플팀의 광고 코드가 들어간 업데이트를 유저들에게 배포하기만 하면 됐다. 그러면 앱에서 우리 쪽으로 광고 요청이 올 것이고, 우리는 광고로 응답하는 방식이었다. 그 광고 응답을 앱이 수신하면 게임 유저들 화면에 광고가 노출된다.
사무실 모두가 긴장했다. 이제 곧 우리 서버에 엄청난 양의 광고 요청이 들어올 것이다. 그 광고 요청에 하나하나 응답해야 한다. 물론 컴퓨터가 알아서 할 테지만, 그래도 압박감이 있었다. 나도 매출 그래프를 띄워놓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월급을 받는 입장에서는 성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그 성과를 올릴 차례였다.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매출이든 광고 요청 숫자든, 둘 중 하나는 그래프가 올라가야 했다. 하지만 그래프는 평행선을 그리고 있었다. 10분, 30분, 1시간을 기다려도 똑같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러시아 업체에 메일을 보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저녁 먹는 것까지 미루고 계속 기다렸지만 그래프에는 변화가 없었다. 우리는 허탈한 마음을 안고 퇴근했다. 나는 일찍 씻고 잤다.
다음 날 눈이 일찍 떠졌다. 아침을 먹으며 그래프를 확인했다. 잔잔한 물결 같던 그래프는 온데간데 없고 광고 요청 수가 미친 듯이 올라가 있었다. 우리의 서버는 버티지 못하고 다운된 상태였다. 본사의 서버 개발자는 아침 일찍부터 수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서버가 뻗은 탓에 매출은 오히려 내려가 있었다. 러시아 업체에게 아무 말도 없이 밤에 업데이트하면 어떡하냐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아쉬운 건 우리였다.
우리는 원상복구에 시간을 쏟았다. 개발팀은 서버를 고쳤고, 나와 영업팀은 다른 고객사들에게 미안하다는 메일을 보냈다. 우리의 서버가 다운되면 광고 전달 자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광고 이미지 대신 검은색 네모만 보인다. 개발사들은 그만큼 매출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러시아 게임 업체와 2차 시도를 했지만, 광고 요청 규모가 첫 시도 때보다 확연히 줄어 있었다. 기대한 수준에 비해 한참 아래였다. 그들은 또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조심하는 눈치였다. 인위적으로 광고 요청 규모를 조절하는 듯 했다. 그리고 그 규모는 다시 커지지 않았다. 그렇게 대박의 조짐은 그저 행인1처럼 제 갈 길을 갔다.